이 기사는 09월 20일 23:00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인터넷은행 ‘K뱅크’의 주요 주주로 참여한다. K뱅크가 내달 진행할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 1000억원의 자금을 넣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이는 PEF운용사가 인터넷은행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첫 사례다. 자본 확충 문제로 위기에 빠졌던 인터넷은행이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했던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IMM PE가 내달 진행될 예정인 1200억원 규모의 K뱅크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두 PEF운용사는 자본금의 10% 수준까지 출자금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행 자본금 3800억원과 신규 자본금 1200억원을 합치면 케이뱅크의 자본금 규모가 5000억원으로 늘어나는 점을 감안할 때 두 회사의 출자액은 각각 최대 5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MBK파트너스는 올해 1조원 규모로 조성한 스페셜시츄에이션 펀드를 통해 K뱅크에 출자할 계획이다. 기존 주주들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MBK파트너스와 IMM PE는 현재 13.79%의 지분을 보유한 우리은행에 이어 케이뱅크 2대 주주에 오른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증자가 계획대로 이뤄지면 대형 PEF가 인터넷은행의 주요 주주로 부상하게 되는 것”이라며 “은행산업 전반에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PEF의 K뱅크 증자 참여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 통과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특례법은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을 현행 최대 10%(의결권은 4%)에서 34%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은산분리 규제 탓에 KT, 한화생명 등 산업자본으로 분류된 기존 주주들은 증자에 나서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K뱅크 측은 법 통과를 기점으로 내달 1200억원을 증자해 자본금을 5000억원으로 늘리고, 내년까지 자본금 규모를 1조원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 경우 여신여력이 10조원으로 확대돼 적극적인 대출영업이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다. 자본금만 확충하면 현재 카카오뱅크에 한발 뒤처진 인터넷은행 경쟁에서도 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고 게 K뱅크 측의 판단이다. K뱅크는 증자 무산에 따른 자본고갈로 지난 6월부터 제한적으로 대출을 실시하는 ‘쿼터제’를 시행하며 영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상품별로 취급한도를 설정하고, 소진이 예상되면 판매를 중단하는 방식이다. 손님이 와도 대출을 실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돼 왔다는 의미다.

K뱅크가 지난 7월 1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한 것도 이같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실권주가 발생하면서 KT,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 3대 주주만 참여해 전환주 300억원을 발행하는 데 그쳤다. 특례법이 통과되지 못한게 뼈아팠다. 당시에도 증자 참여를 검토했던 MBK파트너스와 IMM PE는 이번에 법 개정을 계기로 증자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당시 PEF들은 KT 등 산업자본이 금융 혁신을 주도하지 못 할 경우 인터넷은행의 미래가 어둡다는 판단에 따라 증자 참여를 포기했다. 이번 증자에 참여하는 한 관계자는 “FI(재무적 투자자)들의 구체적 증자 규모와 출자조건 등은 기존 주주들과의 협의를 거쳐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K뱅크는 MBK파트너스와 IMM PE 등 국내 대표 PEF들이 주주로 참여하는 것을 반기고 있다. 기존의 일부 주주들이 증자 참여를 꺼리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IMM PE는 현재 우리은행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고, MBK파트너스는 ING생명을 인수해 매각하는 등 두 PEF는 금융업에도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K뱅크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나름의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이지훈/정영효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