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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어렵게 기술 개발했는데 투자 유치 길 막혀 답답"

김호영 기자
입력 : 
2018-11-15 17:43:43
수정 : 
2022-03-21 17: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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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엽 그루트네트웍스 대표 인터뷰
◆ 명예기자리포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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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매일경제 명예기자(오른쪽)가 지난 12일 연세대 교수실에서 오병엽 그루트네트웍스 대표를 인터뷰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기업 역량을 키울 기회를 달라." 지난 12일 연세대 대우관 교수실에서 만난 오병엽 그루트네트웍스 대표는 독자적인 블록체인 '메인넷' 기술을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받을 길이 막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너무 많은 규제와 불분명한 규정 등으로 당초 사업 구상이 자꾸만 좁아져가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오 대표가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자체적인 기술 기반만 튼튼하다면 블록체인의 응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블록체인은 '신뢰'를 확보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그동안 신뢰가 생길 수 없었던 부분이나 신뢰를 형성하는 데 너무 비용이 많이 들었던 부분에 신기술을 적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중앙화된 금융 관련 분야에서 신뢰의 분산을 통해 빠르게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사업에 착수했다. 오 대표는 블록체인을 포함한 핀테크 사업 환경이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까지 과도하게 불었던 가상화폐 열풍의 후폭풍이 관련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가상화폐 투자를 투기로 보고 이를 억제하거나 투자자 보호 분위기가 과도한 만큼 블록체인 관련 기술 투자 의향도 크게 위축시켰다는 설명이다.

그는 투자처 확보가 가장 어렵다고 털어놨다. 오 대표는 "투자금을 모으는 펀딩이 정말 쉽지 않다"며 "개인들을 대상으로 한 ICO(가상화폐 공개) 제한조치는 이해하지만, ICO 전면금지 조치 여파가 블록체인 기업의 에퀴티 펀딩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걱정"이라고 한숨 지었다. 그는 이어 "기관의 벤처투자는 전문가들 영역인데도 공공자금을 받은 민간벤처투자사까지 가상화폐와 연계된 기업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창구 지도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핀테크 관련 스타트업과 기존 금융회사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열악한 투자 환경을 꼽았다. 그는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자체적으로 비용을 조달해 기술 개발을 위한 자금 모집이 필요 없는데,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위해 투자자를 모아야 하는데도 투자 유인에 필수적인 가상화폐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스타트업의 기술 개발이 막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의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위해 허용 범위를 명확하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법의 테두리 내에서 경영 활동을 하고 싶은 스타트업들에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고 거기에 맞춰 사업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다. 그는 "한국에서 좀 더 정부의 태도 변화를 기다려보고 더 이상 안 되겠다는 판단이 서면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로 가겠다고 하는 분들이 주위에 많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오 대표는 "주변의 블록체인 개발자들이 처음에 큰 구상을 했다가도 각종 정부 규제에 맞추다 보면 점점 위축되고 그로 인해 사업을 하는 데 회의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도움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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