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외형 커졌지만 소모성 지원·편중 심화 우려'...사회적 금융 활성화의 명과 암

최경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06 14:14

수정 2019.02.07 08:37

공공 부문, 민간 금융사의 사회적 금융 규모 확대  
수요 대비 금융 공급 비대화로 소모성 지원 우려
모범규준에 의한 특정기업 금융공급 편중 심화도 
[파이낸셜뉴스 최경식 기자]
공공 부문과 민간 금융사가 합심해 국내 사회적 금융은 외형적으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수요 대비 지나친 자금 공급으로 인한 소모성 지원과 모범규준에 따른 특정기업 지원 편중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정책당국과 공공기관은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자금 공급과 관련 제도 개선을 골자로 하는 사회적 금융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적 금융이란 재무적 이익과 함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추구하는 금융을 의미하며, 사회적 기업에 자금 등을 지원하는 금융 활동을 통칭한다. 현재 신용보증기금의 보증,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정책자금대출 외 한국성장금융, 한국모태펀드 주도의 임팩트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공공 부문의 금융 공급이 확대되고 있다. 공공 부문은 지난해 1805억원의 자금을 공급했고, 올해엔 2400억원을 공급할 예정이다.


민간 금융사들도 대출, 투자 등 다양한 형태로 사회적 금융에 참여하고 있으며, 사회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은행권의 별도 모범규준이 마련되기도 했다. 은행권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1696억원의 대출을 취급했고, 사회적 기업 전문 사모투자신탁에 출연하는 등 사회적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하나금융이 발달장애인 취업을 목적으로 MYSC와 '하나 파워온 임펙트'를 진행하는 등 금융사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기부 후원, 제품 구매, 컨설팅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해 12월에 모범규준안을 제정, 이르면 올해 12월 중 이를 시행할 계획이다. 모범규준은 사회적 금융 수행 방법으로 지분 투자, 여신 지원, 수수료 감면, 정책금융 지원 등을 제시한다.

이처럼 사회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이 다각도로 나오고 있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공공 부문의 사회적 금융 공급 규모가 단기간에 대폭 확대되면서, 시장에서는 해당 자금을 수용할 적절한 사회적 기업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아울러 은행연합회의 모범규준 시행 이후 정책당국이 사회적 금융을 지분 투자, 여신 지원 등을 중심으로 정량 평가할 경우 개별 금융사는 상대적으로 검증된 기업(공공부문이 기 대출, 보증, 투자한 기업)에만 자금을 집행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공급의 급격한 비대화에 비해 수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정작 투자 자금 등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소모되는 상황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더욱이 모범규준으로 인해 사회적 금융의 본래 취지와는 달리 민간 금융사의 사회적 금융이 특정 기업에만 편중되는 현상도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체계적, 지속적인 사회적 금융 공급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DB 축적과 투자자 지원 확대, 지자체 기금 관리 효율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공공 부문 및 금융사가 적절한 규모로 사회적 금융을 공급하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기업을 체계적으로 발굴할 수 있도록 사회적 기업의 경영 공시 의무화와 대출 정보 집중화 등을 통한 DB 축적이 필요하다"면서 "또한 사회적 기업 대상 P2P 대출 투자 수익에 있어 관련 세율을 비영업대금 이자소득세율(25%)이 아닌 금융사 이자소득세율(14%)을 적용하는 등 세제 지원도 검토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사는 직접적인 자금 공급자 보다는 사회적 경제의 조력자로 자리매김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사회적 금융 활성화를 위해선 사회적 기업 대상 컨설팅과 판로 지원 등도 매우 중요한데 국내에선 해당 분야가 매우 미비하다"며 "이에 민간 금융사는 사회적 기업이 자생력을 갖추도록 컨설팅 및 판로 지원 등에 집중하고, 사회적 기업 대상 자금 공급에 있어서는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적절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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