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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경 뮤지코인인베스트먼트 대표 "음악 저작권에 투자…수익 올리고 창작자도 지원"

박창영 기자
박창영 기자
입력 : 
2019-02-10 17: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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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저작권 거래하는 벤처
작사·작곡가와 가치 공유
매달 저작권료 받거나
다른 회원에게 팔 수도

좋아하는 아이돌 氣 살리려
수십배 높은 가격 쓰는 팬도
워너원 음악 수익률 20% 달해
사진설명
지코, 볼빨간사춘기, 헤이즈, 도끼…. 음악 저작권료로 중소기업급 수익을 올린다는 작사·작곡가들의 이야기는 여러 사람을 배 아프게 한다. 그런데 천재성 없이도 이런 음악 저작권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음악저작권 거래소 뮤지코인 이야기다. 최근 서울 마포구 사옥에서 정현경 뮤지코인인베스트먼트 대표(46)를 만나 음악 저작권에 투자하고, 작사·작곡가와 저작권료를 공유하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일반인이 음악 저작권에 투자하는 원리는 주식시장에서 돈을 버는 법과 유사하다. 일단 뮤지코인은 특정 노래에서 매달 발생하는 저작권료를 바탕으로 해당 저작권의 현재 가치를 계산한다. 이후 작사·작곡·편곡자와 협의해서 뮤지코인이 그 권리의 몇 %를 사들일지 결정한다. 뮤지코인은 이 저작권을 주식처럼 수백, 수천 '조각'으로 나눠 회원을 대상으로 한 경매에 부친다.

낙찰받은 회원은 보유 저작권에 붙는 저작권료를 매달 정산받거나, 저작권을 다른 회원에게 판매해 차익을 올릴 수도 있다. 정 대표는 최근 진행됐던 워너원 '뷰티풀'의 옥션 결과 차트를 보여주며 일반적 경매라면 절대 안 일어날 현상이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여기 보시면 3만1000원 부근에서 낙찰받은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보다 조금 높은 가격을 쓴 사람은 낙찰을 받을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입찰가격표를 따라 쭉 올라가다보면 최고 가격 60만원에 낙찰된 조각이 둘이나 있죠?"

아이돌의 팬들은 지지 그룹을 응원하기 위해서 최저 낙찰가보다 수십 배 높은 가격으로 저작권을 사간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은 단순한 투자자가 아닌 음악의 수호자들"이라며 "워너원 팬들이 '이런 띵곡(명곡을 의미하는 신조어)을 가질 수 있게 해줘 고맙다'는 메시지를 많이 보내줬다"며 뿌듯해 했다.

단순 투자 목적의 회원도 환영한다고 했다. "낙찰 이후 6개월간 최소 8%의 연 수익률을 보장해요. 6개월 이후에도 상당 기간 8% 수익률을 기대하실 수 있어요. 음악 저작권료는 첫 정산을 받는 시점에 최고점을 찍은 후 떨어지다가 3년 이후에 안정화되는 패턴을 보이거든요. 이번에 워너원 노래 저작권을 최저가에 사가신 분들은 올해엔 20% 넘는 수익률을 기대하실 수 있을 거예요. "

인기곡의 수익률이 반드시 높은 건 아니다. 순수 투자의 목적으로만 봤을 땐 저평가된 저작권을 낮은 가격에 사는 게 최고 전략이다. 그는 "옛 음악을 조명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어떤 노래가 나오거나 리메이크되면 저작권료가 급상승하는 호재가 온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크리에이터가 더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작권을 담보로 인정해주는 대출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아요. 창작자들이 아티스트를 육성하거나 작업실을 옮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높은 이율로 개인 신용대출을 받는 수밖에 없는 거죠. 노래 저작권은 저작자 사후 70년 동안 보장되는데요. 저희는 그걸 현재 가치로 추정해서 작가에게 목돈을 드리는 거예요."

창작자는 뮤지코인과 거래하며 두 번의 수익을 얻게 된다. 저작권을 최초 양도할 때 저작권의 현재 가치를 지급받고, 경매 시작가와 낙찰가의 차액 중 50%도 창작자 몫이다. 그는 "뮤지코인은 음원유통사나 음반제작사 등 그 어떤 이해관계자와도 마찰을 빚지 않는다는 점에서 진정한 창작자 생태계 활성화 방안"이라고 자신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정 대표는 1999년 e러닝 전문 서비스 업체 중앙ICS를 창업한 1세대 벤처기업인이다. 약 10년 전 정보기술(IT)과 문화산업의 접목을 다방면으로 모색하다 저작권 경매 사업을 "세계 최초로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스스로도 울랄라세션 '너와 함께', 바비킴 '가슴앓이' 등 총 7곡에 작사가로 이름을 올린 그는 곡마다 발생하는 저작권료에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발견하고, 약 1000곡을 뮤지코인 대표인 김지수 씨와 분석해 지금의 시스템을 탄생시켰다. 뮤지코인 옥션 시스템은 플랫폼 담당 회사 뮤지코인과 저작권 투자사 뮤지코인인베스트먼트가 떠받치고 있다.

2017년 1억5000만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35억원으로 뛰었으며, 올해는 200억원으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처음엔 창작자들에게 옥션에 저작권을 공개하라고 설득하는 게 힘들었으나, 이제는 입소문이 나 창작자들이 먼저 찾아온다고 한다. 더 다양한 K팝 아이돌 곡의 옥션을 진행할 수 있도록 관계자들과 협의 중이다.

그는 "음악 시장 규모를 선진국 수준으로 키워야 더 좋은 K팝 노래가 많이 나올 것"이라며 "한국 음악 시장 생태계 선순환에 기여하는 문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창영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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