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혁신금융으로 '제2 벤처붐' 실물 지원...4차 산업 맞춤 산업정책 과제로

혁신금융 추진방향은 앞서 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제2 벤처붐 확산전략'을 금융이 직접 뒷받침할 수 있도록 실물 지원 기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실리콘밸리은행 기능 도입, 스케일업 전용펀드 조성 등에 대한 세부 정책 실현 방안을 비롯해 기업대출, 자본시장, 정책자금 등 분야별 정책 과제가 대거 포함됐다.

[이슈분석]혁신금융으로 '제2 벤처붐' 실물 지원...4차 산업 맞춤 산업정책 과제로

◇실적 중심에서 성장성 중심 기업 여신시스템으로 대전환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1일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산업 분야는 실패 가능성이 큰 만큼 혁신 도전과 시도에 따른 위험을 공유·분산하는 금융시스템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면서 “과거실적 보다는 성장성과 미래 잠재력에 기반한 '인내하는 모험자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최우선으로 내건 과제도 기업 여신시스템 전면 혁신이다. 전체 기업 여신의 65%를 차지하는 부동산담보·보증 위주 기업대출 관행을 '일괄담보, 미래성장성'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일괄담보제는 기업의 다양한 자산을 포괄해 한 번에 담보물을 평가하고 취득·처분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기계나 재고, 채권 등 자산별로 세분화해 담보를 설정하던 현행 제도에서 특허권이 채화된 화장품 제조기계와 화장품 재고품, 협력사 등에 대한 매출채권을 한 번에 담보로 취급해 더 높은 가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업 여신평가모형도 완전히 개편한다. 기업 기술평가를 핵심지표로 활용해 기술력만 있어도 신용등급이 바뀔 수 있도록 했다. 그간 기술평가 결과는 신용등급 변경과는 무관하게 금리 우대 혜택 등 보조지표로만 쓰였다.

신용정보원에 재무정보를 넘어 기업경쟁력과 상거래 정보 등 미래성장성 관련 핵심 정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기업다중분석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기업간 상거래 현황 등을 지수화해 파악할 수 있는 '기업상거래 신용지수(페이덱스)'도 도입한다.

이를 토대로 2021년까지 기업 자산과 기술력, 미래성장성을 하나로 통합한 여신심사시스템을 구축해 3년간 100조원을 공급한다는 목표다. 기술금융 90조원, 일괄담보대출 6조원, 성장성기반 대출 4조원을 투입한다.

◇유망 스타트업에 최대 5000억원까지 '원샷' 투자

자본시장에서도 혁신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 성장자금을 마련한다.

특히 개별 펀드가 하나의 기업에 최대 5000억원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5000억원 규모로 조성된 펀드가 기업 하나에 펀드 설정액 전부를 투자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우리 자본시장이 유니콘에 성장 자금을 투입해 혁신성장을 이끌기에는 지나치게 기업당 투자금액이 작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국내 유니콘 기업에 대한 투자 대부분은 해외자금이 주도하고 있다.

개별 펀드 규모도 대형화한다. 연내 5000억원 이상 규모 자펀드가 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등 성장지원펀드 핵심 출자자는 운용사가 자율로 설정한 자펀드 규모에 따라 자금 지원 규모를 결정한다. 예컨대 5000억원 규모 자펀드에는 1500억원의 정책자금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대형화를 유도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미 혁신기업 스케일업을 위한 4500억원 규모 펀드가 시장 자율로 결성돼 투자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펀드 대형화와 동시에 동일 기업 투자한도를 폐지함으로써 성장자금이 필요한 유망 기업에 대한 집중 투자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제2 벤처붐 확산전략에 담긴 12조원 규모 스케일업 전용펀드 조성 계획과 함께 초대형 투자은행(IB), 사모펀드(PEF) 등의 투자 규제를 완화해 민간 모험자본의 공급 저변을 확대한다. 초대형 IB 등 증권사가 혁신·벤처기업에 투자하면 건전성 규제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모험자본으로부터 성장자금을 조달한 혁신기업이 정규 시장에서 장기투자 자금을 유치할 수 있도록 코스닥·코넥스 시장 문턱도 낮춘다. 매년 80개 유망 혁신기업이 신규 상장하고, 8조원에 이르는 공모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제2 벤처붐 달성 위한 중소기업 중심 산업정책 수립 시급

대대적인 기업금융 시스템 개편으로 제2 벤처붐을 지원할 '혁신금융' 청사진을 내걸었지만 주력 산업 지원에 대한 방안은 다소 구체성이 떨어졌다. 정부는 2023년까지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 선도로 서비스산업 혁신을 위한 정책자금 6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올해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관광·헬스케어·콘텐츠·물류 분야 등 4대 유망서비스산업에 대한 우선 지원 방침 외에는 구체적 혁신방안이 담겨있지 않았다. 업종 특성을 반영한 특화 자금 공급 방안 등이 없이 단순 정책금융기관의 자금 공급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코스닥 진입 문턱을 낮추기 위해 도입하기로 한 업종별 맞춤형 상장기준 역시 바이오 업종 등 일부 업종 외에는 적용 대상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이번 혁신금융 방안은 사실상 제2 벤처붐의 연장선의 성격으로 혁신기업을 성장기업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 “기존 대기업 일변도 산업 정책에서 벗어나 이제는 4차 산업 스타트업, 중소기업 중심 산업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