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부동산 거래 플랫폼 직방이 기존 주주인 미국 벤처캐피털(VC)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700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았다. 직방의 기업가치는 6500억~7000억원으로 평가돼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진입을 목전에 두게 됐다. 유니콘 기업의 잇따른 탄생 예고는 반가운 일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유니콘 기업 전 단계에 있는 국내 회사들이 대부분 미국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한 알토스벤처스처럼 글로벌 VC의 자금 지원을 등에 업어야 유니콘 기업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쿠팡, 우아한형제들, 비바리퍼블리카 등이 모두 그렇다. 벤처의 글로벌화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투자 유치도 의미가 있겠지만, 스타트업 창업과 국내 혁신금융 간의 선순환 형성이란 관점에서 보면 유니콘 기업 탄생을 언제까지 글로벌 VC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국내에서도 스타트업이 자금 유치를 절실히 원할 때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VC들이 많아져야 한다.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금융을 강조하고 금융위원회가 여러 방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VC는 여전히 하나의 독립적인 산업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VC의 사업 방식과 영역에 대한 과감한 규제 완화와 함께 스타트업·벤처 투자자금 유입의 문을 확 넓히는 게 시급하다. 특히 일반지주회사를 포함해 모든 대기업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은행들도 주인을 찾아주는 등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지배구조로 가면 VC 투자에 봇물이 터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토종 금융이 스타트업을 유니콘 기업으로 키워낼 수 있는 혁신 생태계를 만들려면 정부가 발상의 전환을 할 때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