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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중대 국면에 IMM 견제한 법원 "운동장 너무 기울었다"

-법원, 태림페이퍼 매도청구권 가격 소액주주 입장 지지해 270%나 올려잡아
-배당금보다 싸게 사들이려던 IMM은 불복하고 항소
-거래소, 자진상폐 규정 '가격'에 초점 잡아 공정하게 정비해야
유일한 기자

봄 가뭄이 극심한 2019년 봄 대한민국 자본시장에 몸담고 있는 소액주주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한 대주주측의 자진상장폐지에 승복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한 소액주주들이 공개매수가보다 270%나 높은 가격으로 보유 주식을 처분할 수 있게 됐다는 건데요.
'보상 금액'이 그렇게 크지는 않아 아쉬움이 남지만 270%라는 수익률은 은행에 돈을 예금할 경우 약 10년이 지나야 확보할 수 있는 이자와 맞먹는 수준입니다.
그만큼 대주주측이 주도하는 지금의 자진상폐 가격이 헐값으로 책정됐다는 것을 의미하며, 정부 차원에서 불공정한 자진상폐를 조장하는 제도적 환경을 뜯어고쳐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월21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민사10부(재판장 김호춘)는 태림페이퍼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IMM PE가 소액주주들에게 행사한 지배주주 주식매도청구권(소액주주 지분의 매각을 청구할 권리)의 매매 가격을 주당 1만3,261원으로 정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는 IMM이 제시한 3,600원보다 270%나 높은 가격으로 소액주주들이 요구한 가격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국내 자본시장의 실력자로 평가받는 IMM측의 기업가치 산정에 큰 결함이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2017년10월 IMM은 상법에서 정한 지배주주 매도청구권을 행사하면서 그 가격 산정을 전문가(안진회계법인)에게 의뢰했는데, 안진은 미래현금흐름할인법, 유사상장기업 비교법 등을 적용해 매매 가격을 3,600원으로 계산했습니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들은 변호인(김광중 한결 변호사)을 내세워 IMM의 가격이 기업의 내재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반박했고, 법원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에따라 공개매수를 통한 상폐 압력에 굴복해 3,600원이라는 가격에 지분을 매각한 소액주주들과 소송까지 불사한 소액주주들이 얻게될 현금은 큰 차이를 보이게 됐는데요.
상폐후 이번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소액주주(11만7천여주)들도 주당 3,600원밖에 건지지 못한 반면 끝까지 남아 소송에 참여한 소액주주(9만3천여주)만 270%나 높은 1만3,261원에 매각하게 된 것입니다.
이들에게 IMM측이 추가로 지급해야할 금액은 9억원 가량입니다.

소액주주 모두 태림페이퍼가 지난해 3분기말 전격 단행한 폭탄 배당(주당 4,311원)은 얻지 못했는데요.
IMM이 지배주주 매도청구권을 행사한 직후 배당을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매도청구권을 행사하면 소유권은 지배주주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IMM은 거래소의 규정에 따라 태림페이퍼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했고 최대주주측 지분을 95% 이상으로 끌어올려 자진상폐에 성공했고 또 룰에 따라 매도청구권까지 행사해 소액주주의 잔여지분을 모두 회수, 대주주가 100%를 보유한 비상장사로 지배구조를 바꾸었는데요.
사측의 매도청구권 행사 전 태림페이퍼 지분은 IMM 계열의 트리니티원이 51.4%, 자사주가 47.8%이며 이번 소송에 승소한 소액주주가 나머지 0.8% 정도를 보유한 터였습니다.

김광중 변호사는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소수주주들의 경우 적정금액을 지급 받지 못하고 적정가치의 27% 정도에 불과한 돈만 받아 1주당 9,661원의 손해가 발생한 점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전문가는 "거래소 규정이 대주주로 하여금 소액주주의 이익을 강탈하도록 돕거나 방조한 꼴"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자본시장의 분쟁에 대해 대체로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해온 사법부였는데요, 이번 판결문을 보면 소액주주측의 매매가격 요구를 대거 수용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특히 태림페이퍼가 자진상폐를 위한 공개매수 때부터 자사주 매입과 유상감자, 지배구조의 변화, 정리매매, 상장폐지 등의 절차를 수년간 거쳤는데, 이런 상황에서 형성되는 시장 가격은 주주자본주의의 이념에 비춰볼 때 정상적이지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는 판단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껏 시장가격은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절대선처럼 인정받아 온갖 유무상증자, 인수합병, 주식관련 사채 발행, 공개매수 등의 가격이 시장가치를 토대로 결정되었고, 이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처럼 여겨진 게 사실입니다.
법원이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선 건데요.
이에따라 법원은 시장가치를 배제하고 순자산가치와 순수익가치를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해야하고 이때 업황의 특성과 할인율을 고려해 2대3의 가중치를 부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이 문제가 있다고 지목한 구체적인 사항을 열거하면 △자진상폐 전후로 형성된 시장 가격이 소액주주에게 공정하지 않은 측면 △수익성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고지 가격이 급락하기 직전 매도청구권 행사가 이뤄진 점 △매매가격을 3,600원으로 정한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4,311원의 배당을 결정한 점 △태림페이퍼의 자사주를 기업가치에 반영하지 않은 점 △보유부동산을 감정평가액이 아닌 장부가액을 반영한 점 △공개매수 이후 2년이 지나 매도청구권이 행사될때까지 2년동안의 기업가치 변화가 반영되지 않은 점 등입니다. 자진상폐의 헛점을 상식적으로 간파한 균형감이 돋보입니다.

김 변호사는 "매도청구권 행사 대금을 적게 지급할 목적으로 대주주측이 꼼수를 부린 정황이 있다. 법원도 이를 인정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IMM(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은 1심에 불복하고 수원고등법원에 항소한 상태입니다.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 등을 듣고자 송인준 IMM 대표에게 전화를 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IMM은 마지막 단계로 태림페이퍼와 모회사인 태림포장의 매각(엑시트)을 진행하고 있는데, 매수자와 매도자간 가격 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유례없이 호황을 보이는 골판지 업황에 대한 판단이 매우 다를 뿐 아니라 매각을 앞두고 IMM이 단행했던 상장폐지와 폭탄 배당 등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부정적인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액주주 지분 가치는 최소로 잡으려하면서 본인들의 지분 가치는 최대화하려 한다는 것이지요. 사모펀드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걸까요.

한편 한국거래소는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한 자진상폐의 규정을 변경하겠다고 공지하고 최근까지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일단 자진상폐시 자사주 지분은 '95%룰' 적용에서 배제해야하는 게 기본이 아닐까 싶습니다. 거래소도 이 대목은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매입한 자사주는 소각하는 게 글로벌스탠다드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대주주측에 지나치게 유리한 공개매수 가격이 기울어진 운동장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장사라는 이유로 시장가격에 의존해 결정되는 공개매수가를 시장 가격 뿐 아니라 자산가치, 미래성장성까지 두루 고려해 계산하도록 보완해야합니다.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은 재무제표 작성,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정책, IR 활동, 경영권 승계 등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는데 예외없이 대주주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기업가치 평가 업무를 맡을 공신력있는 전문가(외부감사인)의 지정 또는 제3의 평가기구 설립이 꼭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다만, 아쉽게도 거래소는 자사주 매입 가격의 공정함보다 자사주 매입 주체에 주목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상폐시 자사주 매입을 해당법인은 할 수 없다는 내용이 언급되는 모양인데요. 이는 투자자 보호나 시장활성화 측면에서 모두 엇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자진 상폐 시에도 기업은 평소처럼 자사주 매입을 할 수 있어야하며, 그 가격을 공정하게 책정하는 게 관건입니다.

관련 내용은 아래 기사 참고.

http://news.mtn.co.kr/newscenter/news_viewer.mtn?gidx=2019010711073554416

http://news.mtn.co.kr/newscenter/news_viewer.mtn?gidx=2019012413410458084

[머니투데이방송 MTN = 유일한 기자 (onlyyou@money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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