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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바이오벤처 투자로 두 마리 토끼 잡는다

  • 2019.04.24(수) 10:36

유한양행·녹십자·한미약품 등 대형사들 지분 투자 활발
신약 개발 리스크 최소화하면서 파이프라인 확대 효과

국내 토종 제약사들이 바이오벤처 기업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

신약을 개발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성공 가능성도 낮은 만큼 바이오벤처를 통해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사업적인 측면은 물론 투자 성과도 짭짤해 일석이조의 효과도 노릴 수 있다. 관련 기사: 제약사들은 '투자 귀재'…수백% 수익은 기본

주요 상위 제약사들의 2018년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국내 최대 제약사인 유한양행의 바이오벤처 투자가 7개사로 가장 많았다. 녹십자와 한미약품이 4개사, 대웅제약과 종근당이 3개사로 그 뒤를 이었다.

◇ 유한양행, 바이오벤처 투자 7개사 '최다'

유한양행은 단순투자보다는 원천기술 확보나 공동 연구개발 등 주로 사업적인 시너지를 노린 투자가 대부분이다. 지난 2011년 투자한 엔솔바이오사이언스가 대표적이다. 엔솔바이오사이언스는 퇴행성디스크치료제, 알츠하이머치료제 등을 연구하는 빅데이터 기반 바이오제약기업으로 유한양행이 11.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09년 엔솔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YH14618 기술을 이전 받아 임상 1, 2a상을 거쳤지만 2016년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해 개발을 중단했다. 하지만 이후 추가로 연구개발을 진행해 2017년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에 총 24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성과를 이끌어냈다.

지난 2012년엔 유전체 기반 바이오벤처 테라젠이텍스와 개인 유전체분석서비스인 '헬로진'의 상용화 및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8.3%의 지분을 확보했다. 지난 2015년엔 유전자 기술 전문 바이오벤처기업 바이오니아가 보유한 원천기술 새미알엔에이(SAMiRNA)의 기술이전과 함께 지분도 취득했다.

연세대학교 교내 바이오벤처인 굳티셀과도 면역항암제 등의 공동개발을 위해 지난해 50억원을 투자해 기술 도입계약을 체결했다. 이외에 파멥신과 브릿지바이오, 제넥신 지분도 각각 2.4%와 1.4%, 0.4% 보유하고 있다.

◇ GC녹십자, 대부분 단순 지분 투자

백신 전문기업인 GC녹십자는 연구개발보다 단순투자가 주를 이뤘다. 백신 제조 및 바이오의약품 의약품위탁생산(CMO) 전문벤처인 유바이오로직스가 대표적이며, 10%가 넘는 지분을 가지고 있다.

유한양행과 마찬가지로 파멥신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파멥신은 항체치료제 기반기술을 가진 바이오신약 기업이다. GC녹십자는 2009년 첫 투자를 시작으로 지난해 파멥신의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추가 투자를 통해 현재 5.7%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과거 녹십자 대표이사를 역임한 이병건 SCM생명과학 대표가 인수한 미국 바이오기업 아르고스(Argos)의 지분도 3.3% 가지고 있다. 지난 2010년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베터*인 'MGAH22'에 대한 공동개발 및 국내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한 미국 생명공학기업 마크로제닉스(MacroGenics)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MGAH22'는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이르면 올해 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바이오베터: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효능, 안전성, 편의성 등을 개량한 바이오의약품.

◇ 한미약품, 오픈 이노베이션에 승부수

한미약품은 치료영역 확장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미국 안과전문 바이오벤처 알레그로(Allegro)에 2000만달러(한화 약 226억원)를 투자하면서 망막질환 치료 신약인 루미네이트의 공동개발 및 한국·중국 독점판매권을 확보했다.

알레그로의 최대주주인 미국 아테넥스와 경구용 항암제 오락솔의 기술수출 계약을 계기로 투자에 나섰고 현재 지분율은 1.99%다. 아테넥스는 지난 2016년 한미약품의 플랫폼 기술인 오라스커버리를 활용해 나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한미약품의 대표적 기술수출 계약사인 미국 스펙트럼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2년 신약 후보물질인 지속형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론티스', 2015년 항암 신약 '포지오티닙'을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했고, 현재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 지난 1999년 서울대 출신 교수들이 설립한 비상장 바이오벤처 이매진 지분도 1.9% 가지고 있다.

◇ 대웅제약, 바이오벤처 설립 초기 집중 투자

지난 2015년 바이오기업인 한올바이오파마를 인수한 대웅제약은 바이오벤처 설립 초기 단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바이오벤처 바이오시네틱스로부터 나노 입자기술을 이전받으면서 투자를 병행해 현재 18%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유전자 활용 의약용 화합물 및 항생물질을 연구·제조하는 바이오벤처인 진켐의 지분도 3% 가지고 있다. 진켐은 값싼 글루코사민으로 시알릴락토스를 대량으로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시알릴락토스는 모유 초유에 많이 함유된 모유올리고당 중 하나로 두뇌 발달과 인지력 개선, 면역기능 강화 등의 기능을 가진 원료로 알려져 있는데 그동안 대량 생산할 방법이 없어 상업화되지 못했던 물질이다. 진켐은 최근 미국 FDA로부터 시알릴락토스(Sialyllactose)에 대한 안전원료인증(GRAS)을 받기도 했다.

지분 2%를 보유한 큐어바이오는 단백질 합성효소(Aminoacyl-tRNA synthetase) 플랫폼 기반 파이프라인을 도입해 신장암을 포함한 각종 항암치료제·질병치료제·진단키트 등을 개발 중인 바이오벤처다. 국내외 제약사들이 함께 지분을 투자해 지난 2002년 설립됐다.

◇ 종근당, 해외 바이오벤처에 주로 투자

종근당은 해외 바이오벤처에 관심을 두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해 차세대 바이오기술로 꼽히는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관련 치료제를 개발하는 BiomX에 투자하면서 2.9%의 지분을 확보했다.

미국 바이오벤처 렉산(Rexahn)과 카라 쎄라퓨틱스(Cara Therapeutics)의 지분도 각각 0.6%와 0.2% 가지고 있다. 렉산은 단순투자 방식이며, 카라 쎄라퓨틱스의 경우 수술 후 통증 관리와 요독성 소양증 치료제 CKD-943의 국내 독점개발 및 판매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CKD-943는 현재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 파이프라인 확대 및 리스크 최소화 '1석 2조'

제약사들이 바이오벤처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는 이유는 신약 연구개발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이 크다. 자체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려면 오랜 기간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해 현재 국내 제약사 규모로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한양행의 사례를 보면 엔솔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한 후보물질을 되팔며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기술수출 가능성을 입증했다.

대웅제약의 경우 지난 2017년 다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한올바이오파마를 인수하며 국내 제약업계 M&A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성과는 여전히 미지수다. M&A 방식은 실패할 경우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는 만큼 대부분 제약사들은 일부 지분 투자나 후보물질에 대한 공동연구 방식을 선호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벤처에 투자하면서 연구성과가 궤도에 오르는 후보물질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거나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등 협업이 가능하다"면서 "자금력이 약한 국내 제약사들은 지분 투자를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면서 개발 실패에 따른 리스크는 최소화하는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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