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증권

단기실적 치중하다 투자 뒷전…사모펀드도 실패한다

문일호 기자
입력 : 
2019-05-09 17:51:53
수정 : 
2019-05-10 09:39:15

글자크기 설정

대한전선 설비투자 4년째 감소
재무개선됐지만 경쟁력은 `뚝`
R&D 신경안쓴 화승 법정관리行
◆ 진격의 사모투자펀드 (下) ◆

사진설명
최근 인수·합병(M&A)의 주역으로 사모투자펀드(PEF)가 조명받고 있지만 되레 인수 기업에 대한 투자 부진과 실적 악화 등 실패사례도 적지 않다. 9일 금융감독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승 딜라이브 등은 최대주주가 PEF로 바뀐 이후에도 실적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유선방송업체 딜라이브의 실적 부진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속을 태우고 있다. 2008년 MBK는 맥쿼리와 손잡고 특수목적법인인 '국민유선방송투자(KCI)'를 설립해 딜라이브 지분 93.8%를 사들였다. 인수를 위해 금융권으로부터 2조2000억원의 대출을 받느라 투자는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2008년 딜라이브의 CAPEX는 4609억원에 달했지만 2009년 곧바로 998억원으로 감소했고 작년에는 1033억원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라 2010년 307억원에 달하던 순이익은 작년 9억원으로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화 상태가 된 국내 케이블 업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인수대금도 과도한 편"이라고 전했다.

2015년 산업은행과 사모펀드 KTB PE가 주도하는 사모투자합자회사(KDB KTB HS)에 인수된 화승은 올 들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화승은 르까프, 케이스위스 등 스포츠 브랜드 업체지만 PEF가 주인이 된 이후에 오히려 실적이 악화됐다. 2015년 당시 185억원이었던 당기순손실은 작년에 468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고 기존 중저가 제품에 안주하면서 끝까지 수익성이 살아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IMM PE에 인수된 대한전선의 경우 사모펀드로 매각된 후 재무건전성은 개선됐지만 사업 확장에는 아쉬움을 보이는 사례이다. 국내 전선업계 2위 업체였던 2000년대 초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고, 2015년 IMM PE가 대한전선에 3000억원을 수혈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대한전선은 부실 계열사와 비영업자산을 정리하며 재무건전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남부터미널 용지, 독산동 용지 등이 매각됐고, 평촌스마트스퀘어 개발사업을 마무리하며 일부 우발채무를 해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 인수 당시 대한전선의 연간 연구개발(R&D) 투자비는 30억원이었지만 작년 말 18억원으로 반 토막 수준으로 감소했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1위 전선업체 이탈리아 프리즈미안이 미국 전선업체를 인수하는 등 '합종연횡'이 심한데 대한전선은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