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벤처붐땐 투기자금 극성
`4대 게이트`에 벤처불신 확산
한국벤처투자 운용 모태펀드
2005년부터 가동되며 정상화
5243개 기업에 15조원 투자
작년 신규등록 창투사 최대
유망벤처 발굴 제2 붐 이끌어
`4대 게이트`에 벤처불신 확산
한국벤처투자 운용 모태펀드
2005년부터 가동되며 정상화
5243개 기업에 15조원 투자
작년 신규등록 창투사 최대
유망벤처 발굴 제2 붐 이끌어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한 핏줄인 벤처투자 시장도 1차 벤처 붐(1999년 말~2000년 상반기) 때와는 많은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1차 벤처 붐 때와 달리 지금 벤처투자 시장에는 정부 자금을 비롯해 다양한 자금이 유입되고 자금 성격도 투명해지고 정교해졌다고 말한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1996년 설립된 코스닥시장이 초기 벤처기업 자금 조달을 책임졌다. 다음, 주성엔지니어링, 다산네트웍스 등 한국 대표 벤처기업이 코스닥 상장을 통해 꽃피웠다. 1986년 12개였던 창업투자회사는 1998년엔 87개, 2000년엔 100개를 훌쩍 넘었다.
정부가 장기 저리로 창업투자회사 등 벤처캐피털에 지원해준 자금을 벤처캐피털은 다시 벤처기업에 융자해주는 방식이 성행했다. 그러나 벤처기업에 투자하면 무조건 돈을 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묻지마 투자' '무늬만 벤처' 등 부작용이 나타났고, 2000년 하반기 '정현준 게이트'와 2001년 '이용호·진승현·윤태식 게이트'가 터져나오면서 벤처 투자 열풍은 급격히 식어버렸다.
벤처투자 자금이 양성화하는 시발점은 한국벤처투자가 설립된 2005년부터다. 중기부 등 정부 재정으로 설립된 한국벤처투자는 밴처캐피털 등이 조성하는 투자 펀드에 출자하는 펀드(fund of fund), 즉 모태펀드를 운용한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설립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약 6조4000억원을 출자해 자펀드 22조원 규모를 결성해 5243개 기업이 15조원을 투자받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벤처투자금이 양성화하면서 투자 기법이 진화한 점도 눈에 띈다. 백여현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1차 벤처 붐 시절 벤처캐피털 업계가 단순한 생태계였다면 지금은 하나의 독립된 금융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장했다"고 말했다.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는 "1차 벤처 붐 때는 벤처캐피털이 주로 보통주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형태로 기업에 투자했지만 지금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으로 투자한다"며 "그때보다 투자 기법이 훨씬 정교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1차 벤처 붐 때는 정보기술(IT), 대기업 협력사 중심으로 투자했지만 지금은 기존 산업을 무너뜨리는 새로운 산업에 돈이 몰린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이 숙박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 제공 업체인 '야놀자'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로 새로운 서비스를 내세운 벤처기업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벤처캐피털도 늘었다. 중기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창업투자회사 138개, 유한책임회사(LLC) 27개 등 벤처캐피털은 총 165개로 집계됐다. 작년 말 157개보다 늘었다. 지난해 새로 등록한 창업투자회사는 20개로, 2000년(65개) 이후 가장 많았다. 벤처캐피털은 증가 추세지만 이들이 뿌린 돈을 거둬들이는 '회수시장'은 여전히 기업공개(IPO)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벤처자금 회수 형태는 IPO가 32.5%인 데 반해 인수·합병(M&A)에 의한 회수 비중은 2.5%에 그쳤다.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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