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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FOCUS] 벤처투자 4조원 시대인데…위축되는 게임투자 왜?

벤처투자 2,000억원 늘 때, 게임은 140억원 감소

대형 게임사 중심으로 게임 개발 생태계 구축

인기 IP없는 중소형 게임사 성장 어려워 VC 투자 비중 감소

프리IPO투자, 제작자 확인 등 VC 투자전략 보수적으로 변화





벤처투자는 곧 정보통신(ICT)에 대한 투자였다. 특히 게임은 ICT 투자의 대명사였다. 불과 몇 년 전까지 그랬다. 실제 2014년 전체 신규 벤처투자액 중 10%가 넘는 금액이 게임업종에 투입됐다.

하지만 게임업종이 투자의 뒤안길로 밀려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15년 이후 게임투자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2015년 8.1%에서 2016년 6.6%, 2017년 5.4%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5% 대 마저 무너졌다. 급기야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게임투자 비중은 2%대까지 떨어졌다. 5월까지의 투자액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총투자는 2,000억원 가량 늘었지만 게임투자 금액은 오히려 140억원 감소한 것이다.

왜 그럴까. 벤처캐피탈(VC)등 투자업계의 진단은 명쾌하다. 넷마블·넥슨 등 대형 게임사들이 직접 개발사를 양성하고 있는 데다가 중소게임사들의 부진으로 마땅한 게임투자처를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일부 VC들은 “게임업에 대한 투자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까지 내놓고 있다. 그렇다고 완전 손을 떼기도 애매하다고 한다. 블루홀·펄어비스 등 성공적 투자사례가 간간이 나오고 있는 탓이다. 이에 일부 VC들은 게임개발이 일정 수준에 올라온 시리즈C·프리 IPO 투자에 집중한다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벤처 투자액은 1조8,99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6.3%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 투자 액수다. 다만 게임업에 대한 투자 비중은 전년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5월 기준 투자 비중이 2.9%까지 떨어졌는데 6월에도 게임벤처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없었음을 고려할 때 상반기 투자 비중은 2%대를 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VC 관계자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전반적으로 크게 늘고 있지만 게임회사에 대한 투자는 제자리걸음 수준으로 갈수록 투자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VC들이 게임회사에 대한 투자 비중이 줄어든 것은 대형게임사들이 직접 자금을 출자해 자회사를 만들거나 인수하는 방식으로 게임 개발생태계가 구축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내 대표 대형게임사인 넷마블의 경우 리니지2 레볼루션 개발사로 유명한 넷마블 네오 등 13개 이상의 게임개발사를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넥슨 역시 던전앤파이터로 유명한 네오플·불리언게임즈 지분 100%를 보유중이다. 넥슨지티와 넷게임즈 역시 넥슨의 종속회사로 편입돼있다. 한 상장사 VC 대표는 “대형 게임사들이 직접 자회사를 설립하고 그 회사를 통해 게임을 개발, 출시하는 방식으로 업계 생태계가 구축됐다”며 “VC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위해)비집고 들어가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우리회사는)게임업 투자에 대해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형 지적재산권(IPO) 위주의 게임이 출시되고 인기를 얻으면서 게임업계의 ‘빈익빈 부익부’가 가속화되고 있는 점도 VC들이 투자 대상을 찾는데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IP를 보유하지 못한 중소형 게임사에 대한 과감한 VC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 게임사 IR 관계자는 “지난해 게임산업의 규모는 14조원으로 추정되는 데 이 중 20여개 회사의 매출이 11조원에 이를 정도로 중소형 게임사들이 어려운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7년 김대일(왼쪽 네 번째) 펄어비스 의장 등 펄어비스 관계자들이 한국거래소에서 상장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 박수를 치고 있다. VC들은 펄어비스 상장 전 투자로 큰 수익을 거둔바 있다./사진제공=펄어비스


이 같은 상황에서 VC들의 게임벤처에 대한 투자 전략도 보수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 VC 심사역은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블루홀, 검은사막으로 VC에 수익을 안겨준 펄어비스 등 대형 투자 성공 사례가 간간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게임업에 투자를 마냥 줄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초기기업에 투자하기보다는 시리즈C·프리IPO 등 일정수준 게임을 개발한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투자수익률은 낮아질 수 있지만 불확실성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전략이다. 게임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공게임즈 프리 IPO 투자에 많은 VC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전했다. 또한 신인 제작자보다 유명 게임 제작자가 프로젝트를 이끄는 기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서든어택 개발자로 유명한 백승훈 대표가 신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로얄크로우는 최근 한국투자파트너스·LB인베스트먼트 등 VC로부터 100억대 투자유치에 성공해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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