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회사가 매트릭스 체제 전환을 선언했다. 자산관리(WM), 글로벌, 기업투자금융(GIB), 디지털부문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리딩금융지주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금융지주는 계열사와 손을 잡고 글로벌·디지털·인수합병(M&A)사업에서 단순 지배가 아닌 사업지주로서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혁신금융 컨트롤타워 역할도 맡았다. 그 어느 때 보다 통합을 강조한 금융지주의 새로운 금융혁신 발걸음을 따라가보자.

[‘매트릭스 혁신’ 나선 금융지주-하] 하반기 금융혁신 드라이브


금융지주가 벤처·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키다리 아저씨’로 변신을 꾀했다. 계열사와 협업해 혁신금융 성장을 지원한다.

5대 금융지주는 앞으로 5년 동안 225조원 이상의 혁신금융을 투입한다. 은행권에서는 3년 동안 기술금융·동산 분야 등에 100조원, 금융투자업권에서는 5년 동안 기업공개(IPO), 초대형 투자은행(IB) 등을 통해 125조원을 투입하는 것이 목표다.

KB스타트업과 금감원의 만남. /사진제공=KB금융
KB스타트업과 금감원의 만남. /사진제공=KB금융

이를 위해 벤처·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컨트롤타워를 출범했다. 지주 회장이 혁신금융위원장을 맡아 진두지휘하고 계열사 사장과 임원이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는 혁신금융을 적극 주문하는 정부 정책과도 맞아떨어진다.

◆혁신금융 의장 나선 회장님


KB금융지주는 윤종규 회장이 KB혁신금융협의회의 의장을 맡아 KB국민은행·KB증권·KB인베스트먼트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임원과 함께 창업·벤처·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을 지원한다.

KB국민은행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자금 흐름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KB셀러론’을 판매하고 기업의 지식재산(IP)의 가치평가를 통해 별도 담보 없이 대출하는 ‘IP담보대출’ 2종을 출시했다. 또 소상공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식업종 자영업자, 재기 창업자 등을 대상으로 상·하반기 ‘소호 멘토링스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전국의 소호 컨설팅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사후 관리·지원할 계획이다.

KB증권은 단기금융업 인가 후 1회차 발행어음 5000억원 규모를 판매했다. KB증권은 조달자금을 기반으로 혁신금융 맞춤형 IB(투자은행)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벤처캐피탈사를 계열사로 둔 KB금융은 혁신금융의 하나로 KB인베스트먼트에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KB인베스트먼트는 자본금 확대를 바탕으로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해 올해부터 앞으로 5년간 매년 4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지주도 14개 그룹사의 110여개 본부부서 임직원 2000여명이 참여하는 초대형 혁신금융추진위원회를 출범했다. 조용병 회장이 혁신금융추진위원장을 맡고 그룹사 사장단이 위원회 멤버로 참여한다. 앞으로 5년간 신한금융은 투자와 대출을 포함해 혁신금융에 64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실시한다. 이 중 투자는 2조1000억원에 이른다.

신한금융이 추진하는 혁신금융의 방향은 ▲기업대출 체계 혁신 ▲혁신기업 투자 확대 ▲혁신성장 플랫폼 구축 등 크게 3가지다. 신한금융은 각각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경영진을 단장으로 임명하고 총괄부서를 중심으로 그룹사 유관부서를 매트릭스로 연결해 그룹 전체의 혁신금융 추진력을 높였다. 기업대출 체계 혁신은 기업의 미래 성장성과 기업 가치를 기반으로 기업금융을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신한금융 계열사 중 기업대출 비중이 가장 높은 신한은행이 주요 정책을 담당한다.

혁신기업 투자 확대는 자본시장에 감정이 있는 그룹&글로벌 투자은행(CIB) 사업부문이 총괄한다. 혁신성장 플랫폼 구축은 ‘생각하는 신한’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그룹의 씽크탱크 조직인 미래전략연구소가 중책을 맡았다.

하나금융지주는 김정태 회장이 혁신금융협의회 의장으로 나서 혁신금융을 추진한다. 혁신금융협의회 산하에는 ‘기업여신시스템개선협의회’와 ‘창업벤처투자협의회’ 분과를 운영한다. 기업여신시스템개선협의회는 기술평가와 신용평가를 일원화하는 등 기업 여신시스템을 혁신하는 일을 담당한다. 창업벤처투자협의회는 직·간접투자와 펀드 조성 등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맡는다.

하나금융 측은 “협의회 출범을 계기로 그룹의 혁신금융 지원 규모를 앞으로 3년간 15조원에서 20조원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지주도 손태승 회장이 위원장은 맡고 그룹사 CEO가 위원으로 참여하는 혁신금융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우리금융은 지난 5월 첫 회의를 열고 앞으로 5년간 혁신기업에 33조원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유망 농업 스타트업을 발굴·육성에 지원한다. ‘농산업 특화 혁신금융’을 통해 향후 5년간 동산담보대출 2000억원, 기술금융 17조원, 성장성 기반 대출 1조8000억원 등 총 19조원의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신한퓨처스랩 제2출범식. /사진제공=신한금융
신한퓨처스랩 제2출범식. /사진제공=신한금융

◆핀테크 육성, 직접 키운다

금융지주의 혁신금융은 단순히 자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력 있는 기업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한다. 핀테크 회사가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KB금융은 핀테크랩인 ‘KB이노베이션 허브’를 통해 유망 핀테크 업체를 직접 육성한다. 서울 강남 신논현역 인근에 스타트업 전용 공간도 운영한다. KB계열사와 KB스타트스가 핀테크 서비스 공동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간이다. 지금까지 KB스타터스에 선정된 회사는 63개 업체다. 이들은 KB금융 계열사로부터 총 204억원의 투자를 받고 101건의 제휴를 맺었다.

신한금융은 2015년부터 신한퓨처스랩을 열어 112개 스타트업을 육성했고 83억원 규모의 직접 투자를 집행했다. 올해 선발된 기업은 총 40개로 역대 최대 규모다. 최근 신한금융은 신한퓨처스랩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스케일업’ 전략을 발표했다. 신한퓨처스랩의 육성기업을 핀테크 중심에서 4차 산업 유망기업으로 확대하고 앞으로 5년간 250개 혁신기업을 발굴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도 지난 4월 초 서울 여의도에 ‘디노랩(DinnoLab)’의 문을 열고 혁신 스타트업에 사무공간·경영컨설팅·투자를 제공한다. ‘스타트업을 공룡(Dinosaur)으로 육성하겠다’는 우리금융의 의지가 담겼다.

손 회장은 “디지털 혁신 기업의 요람인 디노랩을 통해 혁신성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지원하고 위비뱅크를 활용한 글로벌 온라인 채널을 구축해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2호(2019년 7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