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 업계에 투자금이 쏟아진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불만이 높다. 마땅한 회수 방안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해외의 일반적인 투자 회수 방법 중 하나인 인수합병(M&A) 시장이 한국에선 거의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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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벤처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벤처기업 업계를 중심으로 M&A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소벤처기업에 투자 자금이 쏟아지지만 회수 시장이 막혀 투자 선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신규 벤처투자 금액은 2조3739억원이다. 벤처펀드 결성액은 2조556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다. 2018년 같은 기간 보다 23.7%나 증가했다.

유입된 자금이 높은 만큼 투자금 회수도 활발해야만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 하지만 마땅히 투자금을 회수할 만한 동력이 없다. 대표적인 투자금 회수 방안은 기업공개(IPO)나 M&A가 꼽힌다.

업계는 IPO보다는 M&A가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스타트업 같은 초기 기업이 IPO에 이를 가능성도 낮지만, IPO까지 걸리는 시간 자체도 너무 길기 때문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벤처기업이 창업 후 IPO까지 걸리는 기간이 2018년 기준 약 14년에 이른다. 미국과 중국이 5년을 채 넘지 않는다는 점과 비교하면 3배쯤에 달하는 셈이다.

반면 M&A는 기간이 짧다. 특히 M&A는 스타트업 투자금 회수에서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으로 통한다. 2018년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실시한 스타트업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가장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목표는 M&A라고 응답한 비중이 영·미 모두 50% 내외였다. 기업공개(IPO)가 목표라는 응답은 20% 안팎이었다.

M&A는 특히 미국서 활발하다. 아산나눔재단과 구글스타트업캠퍼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이 함께 발간한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스타트업 투자 회수방식 중 M&A가 차지하는 비중이 43%나 된다. 반면 한국은 3%에 그친다.

특히 국내에서는 지난해 기준 M&A(18년 25개사)보다 IPO(144개사)가 더 활발했다. M&A를 통해 조기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셈이다. 이는 중소·벤처기업을 ‘적절한 가격'으로 평가해 매물로 내놓고 사고 팔 수 있는 M&A 시장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준배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은 "M&A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합쳐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론이 될 수 있다"며 "한국에서는 기업 성장의 종착지인 IPO만 바라보고, 중간 성장 단계인 M&A는 시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성장하다 어려움에 처한 벤처기업이 중간에 경영 자체를 포기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국내 M&A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원인 중 하나로 인수 주체와 대상인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간 뿌리 깊은 불신을 꼽는다.

대기업이 국내 중소·벤처기업 기술력을 문제 삼지만, 반대로 중소·벤처기업은 대기업이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가격 후려치기'를 하려 한다며 볼멘 소리를 한다. 한 대기업 오픈 이노베이션 담당자는 "국내에는 M&A할만한 스타트업이 적은 반면 해외로 눈을 돌리면 매물이 많다"고 전했다.

반면 이정민 혁신벤처정책연구소 부소장은 "M&A는 대기업이 중소·벤처기업을 제 값에 사느냐가 문제다"라며 "알토란 같은 벤처기업은 정작 대기업들을 만나는 것 자체를 꺼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M&A 시장에서 정당한 시장 가격을 주고 사는 바이어가 등장하면 IPO보다 더 빠르게 시장이 활성화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물론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투자 자금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M&A 시장도 곧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기윤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스타트업 창업자 아이디어가 다양해지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투자가 잘 이뤄지고 있다"며 "머지않아 스타트업 M&A 시장도 확대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타트업 M&A시장 물꼬는 해외 대기업이 국내 스타트업을 아주 큰 금액을 지불하는 이슈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