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7주년:기술독립선언III]정부출자에서 민간영역으로 번지는 혁신금융생태계 조성 물결

민간 영역에서도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한 자금공급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정부 예산을 투입해 벤처캐피털(VC) 등에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모태펀드와 함께 금융권 출자를 중심으로 이뤄진 한국성장금융 역시 지속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한 자금 공급에 나서고 있다. 출자 기관뿐만 아니라 투자기구 차원에서도 기존 VC외에도 사모펀드(PEF)부터 공모 벤처투자까지 다양한 경로에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국책은행 넘어 민간은행, 삼성전자까지 생태계 자금투입

모험자본 공급의 큰 축인 한국성장금융이 운용하는 모펀드는 6월 기준 총 8개, 3조2375억원에 이른다. 출범 당시만해도 모태펀드가 아닌 모펀드는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등 금융권과 공익 목적 재단이 출자한 1조8000억원 규모 성장사다리펀드 하나에 불과했다.

최근 성장금융 모펀드 출자기관은 산은캐피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금융투자협회, 코스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KB금융공익재단, KB자산운용,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신한은행, 신한캐피탈 등 금융 유관기관, 국내 주력기업 등으로 다양해졌다.

늘어난 출자기관 수와 함께 펀드 운용 방식도 다각화됐다. 성장사다리펀드를 시작으로 혁신기업에 성장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성장지원펀드', 자본시장 중심 기업구조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기업구조혁신펀드', 코스닥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코스닥스케일업펀드', 반도체 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반도체성장펀드', 사회적기업의 자립과 성장을 위한 '사회투자펀드', 기술혁신형 기업 육성과 기술간 융합을 목적으로 한 'GIFT펀드', 기업의 고용창출과 지속성장을 지원하는 '은행권일자리펀드'까지 운용 목적도 다양한다.

최근 정부 차원의 소재·부품·장비 기업 육성을 지원하기 위한 이른바 '소부장 펀드' 역시 조만간 조성될 예정이다. 서종군 한국성장금융 전무는 “금융과 산업을 연결하기 위한 플랫폼으로서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금융 역할을 적극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VC 넘어 신기사, PEF, BDC...혁신금융 생태계 마련 위해 자본시장 혁신

출자기관과 모펀드가 다양해지면서 자연스레 혁신기업을 지원하는 투자기구도 VC에서 PEF, 신기술금융사 등으로 덩달아 다각화하는 분위기다.

한국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신기술사업금융업으로 등록한 회사는 총 105개에 이른다. 105개사 가운데 절반가량인 52개사는 신기술사업금융업을 전업으로 삼고 있다. 2008년 11개사에 불과했던 전업 신기사는 6월 52개까지 늘었다.

투자실적도 확대 일로다. 올해 상반기 신기사가 신규 투자한 기업 수는 655개사에 이른다. 전통적 의미의 VC인 창업투자회사의 투자 기업 수(826개)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펀드가 아닌 자기자본 투자 규모는 창투사보다도 많다. 신기사의 상반기 자기자본 투자 규모는 1455억원으로 창투사 232억원의 4배를 웃돈다. 신기사의 상반기 전체 투자규모는 1조5558억원으로 상반기 창투사 투자규모 1조8996억원의 82%에 육박한다.

신기사 벤처펀드에 해당하는 신기술사업투자조합 결성 속도는 더 빠르다. 상반기 신규 조합 결성 규모는 총 1조32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092억원 대비 53.6% 증가했다.

여신금융협회는 “정부의 혁신기업 지원 정책에 따른 신기술금융시장(벤처투자시장)의 성장성 기대로 인해 민간자금이 꾸준히 늘어남에 따라 신기술투자조합 결성도 지속 증가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신기술조합뿐만 아니라 민간 자금의 벤처투자 시장 유입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일반 투자자도 거래소 시장에서 손쉽게 비상장기업 투자를 할 수 있는 비상장기업 투자전문회사(BDC)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창투사와 신기사 외에도 증권사 또는 자산운용사 역시도 혁신기업 성장을 위한 자금조달 생태계에 공모펀드 형태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혁신기업이 적기에 자금을 공급받아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수”라면서 “혁신기업이 상장 단계는 물론이고 비상장 상태인 창업·성장 단계부터 자본시장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전반을 재설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표> 신기술금융업 투자실적

(단위 : 개, 억원, %)
자료 : 여신금융협회

[창간 37주년:기술독립선언III]정부출자에서 민간영역으로 번지는 혁신금융생태계 조성 물결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