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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행보' 스틱벤처스, 글로벌거점 전략 눈길 [VC 해외투자 열전]②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선점, 해외투자전용펀드 조성 추진

안경주 기자공개 2019-09-19 08:13:07

[편집자주]

국내 벤처캐피탈이 잇달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업가치 1조원을 의미하는 유니콘의 등장으로 글로벌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됐다. 수년간 계속되는 벤처투자 호황에 따른 안정적인 자산 운용 필요성도 해외 진출을 부채질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누비는 벤처캐피탈의 속살을 들춰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18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 해외 투자의 선구자 역할을 해 온 스틱밴처스는 광범위한 글로벌 거점을 활용해 딜(Deal) 발굴에 나서고 있다. 중국 뿐만 아니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전략적 거점지역에 현지 사무소를 운용하면서 해외 투자에 힘을 실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국내 대부분 금융사들이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일제히 해외 사무소를 통폐합한 것과 달리 추가 거점을 확보해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스틱벤처스 투자심의위원회를 통과한 인도 종합배달서비스업체 A사에 대한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구글이 직접 투자해 이슈가 됐지만 아직 국내에서 생소한 A사를 발굴할 수 있었던 배경에 현지 사무소의 역할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틱벤처스는 현재 중국을 비롯해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 현지 사무소를 운용하고 있다. 현지 심사역 수는 어드바이저를 포함해 11명이다. 거점별로 보면 베트남이 5명으로 가장 많은 심사역을 보유하고 있다. 대만과 중국의 심사역 수는 각각 2명이며, 인도네시아와 인도가 각각 1명이다. 다만 인도 심사역의 경우 어드바이저 성격이다.

스틱 해외거점
국내 벤처캐피탈(VC)들이 통상 미국과 중국 정도에만 해외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틱벤처스는 광범위한 해외 거점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동남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베트남 등에 진출하고자 하는 벤처캐피탈이 늘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며 "스틱벤처스는 베트남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와 인도에 진출하는 등 한 발 앞서 해외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첫 해외 거점으로 대만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2000년대 해외 투자에 나섰던 벤처캐피탈들이 미국이나 중국을 첫 거점으로 정한 것과 다른 행보다. 스틱벤처스는 첫 해외 거점으로 대만 타이페이를 선택한 이후 중국 상해 사무소와 베트남 호치민 사무소를, 지난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사무소를 각각 설립했다. 여기에 해외 투자를 위한 전략적 지역으로 인도를 포함시키면서 거점을 추가했다.

스틱벤처스가 대만에 먼저 진출한 이유는 대만계 중국기업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스틱벤처스가 해외 투자를 시작한 2000년대만 하더라도 중국의 높은 성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중국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가 쉽지 않았다. 투자 결정을 위한 최소한의 자료로 볼 수 있는 재무제표 등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탓에 국내 벤처캐피탈들이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 어려웠던 탓이다.

스틱벤처스 관계자는 "중국 진출할 때 대만을 먼저 세우고 다음에 상하이를 세웠고 진출 초기에 신뢰성이 높은 대만계 중국기업에 투자했다"며 "엑시트를 위한 상장과 관련해서 대만시장을 활용한 점도 현지에 거점을 둔 이유"라고 말했다.

광범위한 해외 거점은 스틱벤처스의 해외 투자 핵심기반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에 별도의 해외 투자 전담팀을 두지 않고 있는 만큼 심사역 각각이 개별적으로 딜을 발굴하거나 현지 거점과 협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핀테크기업 아이서브(I-Serve)와 베트남 전자상거래업체 티키(Tiki) 등이 대표적이다. 스틱벤처스는 아이서브에 2017년 8월 첫 투자를 단행한 후 지난해 추가 투자에 나서는 등 지금까지 113억원가량을 투입했다. 티키 역시 지난해와 올해 두번에 걸쳐 87억원가량을 베팅했다.

해외 거점을 활용해 활발한 투자를 해 온 스틱벤처스는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해외투자전용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해외투자전용펀드가 조성되면 10년 이상 현지 사무소를 운용하면서 쌓은 경험과 심사역을 활용해 초기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한국을 찾는 해외 벤처기업들이 대부분 시리즈B 이상의 라운드에 참여할 투자자를 찾는 반면 시드투자나 시리즈A 라운드의 경우 현지 자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감안하면 현지 벤처캐피탈과 딜 발굴 경쟁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스틱벤처스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벤처기업들이 투자자를 찾아서 한국에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현재 운용 중인 펀드로 투자하기에 어려움도 있다"며 "해외투자전용펀드를 조성하면 초기기업을 중심으로 투자에 나설 계획이며 다양한 딜을 발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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