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로제, 스타트업보다 대기업 재직자가 더 선호···네이버·카카오·삼성 순서로 스타트업 지원 많이 해

22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스타트업트렌드리포트 2019' 중 일부. / 표=조현경 디자이너
22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스타트업트렌드리포트 2019' 중 일부. / 표=조현경 디자이너

스타트업들은 올해 창업 생태계가 한 단계 성장했다고 바라봤다. 벤처투자액이 크게 늘어나고 토스·배달의민족 등 인지도가 높은 스타트업들이 대중 매체에 많이 등장한 덕이라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내년에 도입될 주52시간 근로제도에 대해서는 스타트업 재직자보다 대기업 재직자가 더 기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22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표한 ‘스타트업트렌드리포트 2019’에 따르면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에 대해 전체 응답자가 평균 73.4점의 점수를 내놓았다. 이는 지난해 스타트업 생태계 점수 68점보다 더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정부 역할에 대한 평가가 65.9점으로 지난해 58.3점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스타트업들은 현 정부에서 내놓은 제2 벤처붐 정책 중 기술창업지원프로그램 팁스(TIPS)프로그램에 대해 가장 많은 호감을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창업 1~3년 차 스타트업에서 특히 팁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김재영 오픈서베이 팀장은 “팁스는 초기 스타트업이 자금은 물론,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민간 투자사, 액셀러레이터와의 파트너십을 확보함으로써 성장에 유리한 환경을 초기에 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라며 “반면 창업 연차가 높을 수록 차등의결권 확보, 규제 샌드박스 등 규제 완화 및 창업자 친화적 정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스타트업들은 기반 자금 확보 및 투자 활성화를 시급한 개선점으로 꼽았다. 지난해에는 승차공유와 핀테크산업들이 이슈가 된 탓에 ‘규제 완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응답한 스타트업이 많았다. 올해는 초기 기업을 중심으로 자금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는 기업이 많았다.

내년에 도입될 주 52시간 근로제도에 대해서는 대기업 재직자 66%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스타트업 창업자와 재직자에서는 각각 34.2%, 46%로 집계돼 상대적으로 긍정률이 낮았다. 또한 스타트업 대다수가 주52시간 제도에 대비하는 근태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도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회사‧업종별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스타트업의 자발적 동기부여 문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긍정적인 평가 중에는 “이미 주 40시간제 자율 출퇴근제를 3년 전에 도입했기 때문에 (주 52시간 제도)는 당연하다” 등이 들어 있었다.

한편 스타트업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는 대기업은 ‘네이버’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카카오, 삼성, SK, 롯데 순이었다. 네이버의 경우 기술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D2 스타트업 팩토리가 지원한 스타트업이 최근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고, TBT파트너스·스프링캠프 등 벤처투자사에 출자해 간접적으로 투자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받기를 가장 선호하는 벤처캐피탈(VC)로는 알토스벤처스, 소프트뱅크벤처스,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지목됐으며, 초기단계 투자사로는 프라이머, 본엔젤스가 꼽혔고, 매쉬업엔젤스가 새롭게 명단에 등장했다.

김재영 오픈서베이 팀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선릉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트렌드리포트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김재영 오픈서베이 팀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선릉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트렌드리포트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 “내년도 스타트업 생태계 더 성장할 것” 전망···정부 정책 등 거대담론에서 구체적 주제로 키워드 이동

업계 전문가들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인식이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개선되면서 내년까지 좋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반면 대내외적 경제 여건 악화를 우려하는 시선도 스타트업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김 팀장은 “사회적 인식 개선이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에 가장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마켓컬리, 쿠팡, 야놀자, 토스, 뱅크샐러드 등 대중 매체에 광고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다 보니 스타트업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올해보다 내년에 분위기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인식이 전년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최근 경기 침체가 스타트업 투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한 글로벌 기업 위워크의 투자 회수 실패도 영향을 미쳤다”며 “투자 규모가 확대되면서 VC, 액셀러레이터 지원을 받아 사업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아직 태동 단계라는 분석도 나왔다. 성균관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과 미국 스타트업 키워드는 서로 달랐다. 한국은 ‘규제’ ‘4차 산업혁명’ 등 거대담론이 주를 이룬 반면, 미국에서는 ‘우버’ ‘미중무역분쟁’ 등 구체적인 특정 단어들이 언급됐다.

김장현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이미 창업 생태계가 크게 성장한 미국의 경우 특정 기업이 어떤 서비스를 하는지, 어떻게 투자를 받았는지가 키워드다. 한국은 정부 차원의 유니콘 기업 육성 같은 거시적 정책 위주 논조가 주를 이뤘다”며 “국내 생태계도 10년간 점점 구체적인 주제들이 거론되고 있어 차차 고도화된 생태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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