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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할 때 가장 중점으로 보는 것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문여정 IMM인베스트먼트 이사의 답이다. 모두 저마다의 투자 철학이 있을 테지만 남다른 답변이다. 의사 출신 1호 심사역인 문 이사는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것 역시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의 연장선으로 봤다. 그는 “의사로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투자가 아니면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고 말했다. 심사역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의사였다.
문 이사 옆 자리에는 지난 9월 IMM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한 새내기 심사역인 오원찬 팀장이 앉았다. 오 팀장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산업을 개척하는 기업이나 벤처캐피탈에 관심이 많았다”고 심사역이 된 이유를 설명했다.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 1660억원) 이상의 유니콘이 잇달아 탄생하고 제2의 벤처붐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면서 본인의 전문분야를 내세워 벤처투자에 몸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의사 출신 벤처캐피탈 심사역은 지난 2016년 합류한 문 이사가 처음이었지만, 오 팀장처럼 최근에도 VC업계에 진출하려는 의사들도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문 이사의 시작은 투자가 아니라 창업이었다. 창업을 생각하고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관계자들을 만났다. “창업 DNA는 가지지 못한 것 같아 창업은 포기했지만, 헬스케어나 신약 개발 등에 대한 자문을 해주면서 관계가 이어졌어요. 일상적인 업무를 하는 의사보다 심사역 업무가 더 재밌어 보였죠” 문 이사의 말이다. 그는 지난 2016년 인터베스트에 입사하면서 VC 업계에 발을 디뎠고, 올해 IMM인베스트먼트 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오 팀장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의과대학원을 보유하고 있는 존스홉킨스대 의생명공학부를 나온 후 서울대학교 의학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인턴을 하다 IMM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하면서 투자업계에 진출하게 됐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새로운 기술과 산업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높다는 것이다. 문 이사는 “2012년 아이폰이 보편화 됐고,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공부를 했다”며 “내 자녀가 더욱 성장할 때는 지금보다 더 다양한 진로가 있겠다는 생각에 공부를 해본 것이었는데, 아이들 미래가 아니라 당장 내 미래가 바뀌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기술 변화 속도의 체감이 그의 선택에 확신을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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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이오는 지금 ‘성장통’ 겪는 중
고평가 논란에 대해서도 산업이 성장하는 과정 중 하나로 봤다. 오 팀장은 “미국의 바이오도 과거에는 고평가됐다는 시각이 상당했다”며 “하지만 지난 수년간 유지돼온 연구개발(R&D) 기반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은 실제로 고평가로 볼 수 있지만, 전체 사업으로 확대해서 보는 건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의 문제가 아니라 신약개발까지 가봐야 아는 바이오 업종 특성 때문으로 이를 걸러내는 것이 VC가 할 일”이라며 “만약 임상 단계에서 실패했더라도 다음 세대에게 남기는 교훈이 있어 이를 고평가로만 보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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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찬 IMM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팀장은…1989년생. 서울 출생. 2011년 존스홉킨스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2018년 서울대학교 의학대학원 졸업. 2018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인턴. 2019년 IMM인베스트먼트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