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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펫산업 年15% 성장…반려동물 진단키트에 53억 투자 몰려

박의명 기자
입력 : 
2019-11-29 17:51:27
수정 : 
2019-11-29 18: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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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테크 주도하는 스타트업

1인가구 늘며 `나홀로펫` 늘어
AI결합한 돌봄기기 잇단 등장

동물 운동 시켜주고 간식 주는
`펫 피트니스` 1만대 넘게 팔려
배설물 자동처리 기술도 나와

반려동물 전용 택시 서비스
수면패턴 분석하는 침대도
◆ 3조시장 '펫코노미' ◆

사진설명
29일 서울 강남구 핏펫 사무실에서 반려견이 소변검사 키트를 통해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이 키트는 시약을 앱으로 분석해 10가지 넘는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 [이승환 기자]
반려동물 산업 트렌드는 크게 기존 제품의 고급화와 신제품 개발로 나뉜다. 고급화는 반려동물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 이들이 소비하는 사료, 용품, 의료 서비스 등을 상당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움직임이다. 반려동물에게 생식을 먹이고 사료도 '휴먼 그레이드'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트렌드는 기존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했던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신제품 개발이다. 신제품은 주인들의 편의를 높이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인이 외출한 사이 반려동물을 대신 돌보는 인공지능(AI) 로봇, 반려동물 배설물을 자동으로 치우는 스마트 화장실 등이 주요 사례다. 최근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동시에 반려동물을 돌볼 여력도 과거에 비해 줄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전체의 28%를 넘어섰지만 신혼부부와 1인 가구가 많아 반려동물이 혼자 있는 시간도 많아졌다"며 "주인 대신 반려동물을 돌봐주거나 주인의 수고를 덜어줄 수 있는 분야가 유망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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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램시스템의 '펫 피트니스 로봇'.
바램시스템은 이러한 트렌드를 일찌감치 간파했다. 바램시스템은 로봇용 카메라 공급 업체로 시작했지만, 3년 후 반려동물용 로봇으로 눈을 돌렸다. 외출이 잦은 주인들이 CCTV까지 집에 설치할 정도로 반려동물을 걱정한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업체의 '펫 피트니스 로봇'은 주인이 외출한 사이 반려동물에게 밥도 주고 운동도 시킨다. 활동량이 적고 불안감이 심한 반려동물에게 효과적이다. 자율주행으로 움직이는 이 로봇은 반려동물이 따라오거나 본체를 '툭' 치면 간식을 하나씩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동을 유도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반려동물의 활동량도 확인할 수 있다. 바램시스템 관계자는 "지금까지 1만대가 팔렸고, 지난 5월 정식 출시 후 월평균 1500대가 판매되고 있다"며 "폭넓은 연령대가 이 제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배설물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스마트 화장실도 화제다. 2017년 설립된 스타트업 골골송작곡가의 '라비봇'은 고양이 배설물을 처리하고 화장실에 필요한 모래까지 자동으로 보충한다. 6.5ℓ의 모래를 저장하기 때문에 3주에 한 번만 화장실을 치워도 된다. 고양이 주인들의 고질적 골칫거리인 화장실 청소를 하루에서 3주에 한 번으로 줄인 것이다. 이 업체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는데 목표액인 1000만원보다 27배 많은 2억7500만원을 모았다.

이 밖에 AI 기반 장난감을 만드는 고미랩스, 반려동물 전용 택시 펫미업, 반려동물 간편등록 대행 서비스 페오펫 등도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동물의 움직임을 인식해 뚜껑이 열리고 닫히는 사료그릇(영국 슈어피드), 반려동물 수면패턴을 분석하고 온습도를 최적으로 맞추는 스마트침대(미국 펫트리스), 반려동물 행동반경에 카메라를 설치해 건강을 점검하는 AI 펫케어 시스템(중국 충샤오러커지) 등이 스타트업의 주요 사례로 거론된다.

투자업계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미 시장성이 확인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

반려동물 소변검사 기기를 개발한 핏펫은 53억원 규모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LB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캐피탈, 삼성벤처투자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램시스템은 GS홈쇼핑에서 30억원을 투자받은 데 이어 다른 투자사와도 조건을 협의하고 있다. 반려동물 전문 쇼핑몰인 펫프렌즈도 최근 GS홈쇼핑, 뮤렉스파트너스, 킹슬리벤처스 등으로부터 총 100억원을 투자받았다고 발표했다.

펫 산업의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 반려동물 생활 전반에 관여하기 때문에 확장할 수 있는 분야가 무한하다. 최근 금융권에서 펫적금, 펫보험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이 하나의 사례다. 한국보다 반려동물 시장이 발달한 미국은 펫게임, 펫TV 등 펫레저(Pet Leisure)가 핵심 산업으로 부상했다. 일본에서는 2013년 반려동물을 죽을 때까지 책임지도록 법이 개정되면서 펫신탁, 펫보험, 펫장례 등 새로운 산업이 생겨난 바 있다. 반려동물 시장은 1~2인 가구 증가로 연평균 15%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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