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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소기업] "타다 규제 보면서…창업자들에 부정적 영향 겁난다"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2019…멘토 5인의 솔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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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0년 후에도 규제는 기업가들에게 큰 어려움이 될 것입니다." 지난달 29일 열린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2019에는 개막 행사로 국내 스타트업의 조력자라고 할 수 있는 5명의 패널 토크가 열렸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스타트업 창업자뿐만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엔젤투자자,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털, 정부도 중요한 구성원이다. 이날 패널 토론에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기업들과 정부 관계자가 나왔다. 모두 민간 경험을 가지고 있고, 다수가 스타트업 창업과 엑시트 경험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멘토'들이다. 차정훈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2006~2019년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에서 일하다 올해 9월 민간 직위인 창업벤처혁신실장으로 임명됐다.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는 1995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공동 창업한 벤처 1세대다. 2013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특화된 초기 스타트업 투자 전문회사인 매쉬업엔젤스를 창업했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2000년 반도체 장비회사 플라즈마트를 창업했고, 2015년부터 액셀러레이터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를 맡고 있다. 김유진 스파크랩스 대표는 포도트리, 텐센트코리아 등을 거쳐 2013년부터 스파크랩스 대표를 맡고 있다. 스파크랩스는 한국과 미국 기업가들이 창업한 액셀러레이터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는 인텔코리아에 2012년 인수된 올라웍스 창업자로 2014년부터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의 대표를 맡고 있다.

스타트업 조력자들에게 현재 가장 뜨거운 '타다' 문제에 대해 물었을 때 이것이 창업자들에게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와 함께 단순하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용관 대표는 "타다 문제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 모르겠으나 그다음에 창업하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생길 것이 걱정된다"면서 "창업자들이 '이런 것은 (규제에) 걸리겠지'라고 스스로 억제하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어떻게 세상이 변할지도 모르는데 자기 검열을 강하게 하면 빠른 변화에 대응하는 것에 굉장히 취약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중희 대표는 "사업은 원래 헤쳐나가야 할 문제가 참 많고, 헤쳐나가야 할 문제 중 규제가 없는 국가도 없다"면서 "다만 기업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욕망이 가리키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기술적으로 완전 자율주행차가 나오는 것이 머지않은 상황에서 이를 법제도로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타다가 아니라 자율주행차를 위해서라도 혁신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 의견이 모아졌다. 이택경 대표는 "정부 부처 간 합의가 안 된 상태에서 국회에서 합법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아쉬운 점이지만 꼭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정부는 국회가 법을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할 수 없고, 국회의원은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언론과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총제적으로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네거티브 규제가 아리나 새로운 뭔가가 나오면 막는 포지티브 제도에서는 새로운 입법을 국회가 해주고 국가 차원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는 것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규제는 창업자들을 가로막는 큰 장벽이지만 10년 전에도 있었고, 10년 후에도 창업자들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멘토들의 생각이었다.

김유진 대표는 "10년 전과 비교해서 스타트업이 어렵다는 것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면서 "꾸준한 도전과 함께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은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10년 전에 한창 현역으로 활동하던 멘토들에게는 당시 어떤 일이 있었을까. 멘토들은 10년 전 등장한 아이폰(스마트폰)이 가장 큰 변화를 우리 사회에 만들어냈다고 회고했다. 10년 후의 자율주행차나 인공지능이 10년 전에는 스마트폰이었던 셈이다.

이택경 대표는 "2008년 여름에 다음을 그만두고 엔젤투자를 하고 있었는데 아이폰, 안드로이드폰을 보면서 새로운 메가트렌드가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면서 "10년 지나보니 실제로 메가트렌드는 모바일이었다"고 말했다.

차정훈 실장은 "당시 아이폰이 나오면서 나는 이동통신사를 바꾸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폰이 한국 ICT 사회에 미친 영향은 굉장히 컸는데 당시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멘토들은 지난 10년간 창업 환경 자체는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김유진 대표는 "이제는 한국에 있으면서도 이메일이나 링크트인 등을 통해 해외와 연락이 가능해졌다"면서 "창업자들이 링크트인을 이용해 해외시장에 자기 비즈니스를 이끌 사람을 찾아 인터뷰를 해서, 그 사람을 통해 서비스를 론칭하는 것을 보면 놀랍다"고 말했다. 이용관 대표도 "벤처도 스타트업도 해봤는데 양쪽의 문화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대단히 다르다"면서 "아직도 많이 발전하고 변하고 있지만 문화에서의 가장 큰 변화를 체감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10년 후 가장 중요한 트렌드는 무엇일까. 김유진 대표는 '지속가능성'을 꼽았다. 환경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이 점점 더 기업들에도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스파크랩스는 요즘 새로운 스타트업을 뽑을 때 소셜 임팩트나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 실제로 그런 스타트업이 많아졌고, 해외에서도 농업이나 에너지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용관 대표는 '다양성'을 꼽았다. 그는 "개인의 가치나 취향이 다양해지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하나의 카테고리나 기술 가지고는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다양한 기술과 생각을 이어주는 경계에서 사업 기회가 생긴다"고 내다봤다. 이택경 대표는 '기술(tech)'을 꼽았다. 그는 "ICT 쪽을 보면 1990년대 중반에 웹 메가트렌드가 뜨면서 많은 기업이 닷컴화했는데 이제는 인공지능(AI)이 그렇게 될 것 같다"면서 "일반기업도 AI를 하는 시대가 향후 10년 중에 올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류중희 대표는 '인간'을 꼽았다. "우리 사회가 인간 중심적이냐를 생각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어서 10년 후에는 좀 더 인간적인 것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차정훈 실장은 '혁신'을 꼽았으나 민간 참가자들과는 고민의 영역이 달랐다. 차 실장은 "혁신과 관련해서 두 가지 고민이 있는데 하나는 가장 혁신적인 생태계를 가장 보수적인 공무원 조직에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기업들이 정부의 우산 밑으로 들어오는 순간, 혁신이 정체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 = 이덕주 기자(팀장) / 신수현 기자 / 안병준 기자 / 최희석 기자 /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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