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미래 유니콘들 "韓, 외국과 기술격차 없어…'진정한 혁신'으로 최적 솔루션 찾아야"[CES 2020]

글로벌 기업도 시행착오 겪지만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으로 해결

한국은 소통 과정 부족…큰 차이

韓 세세한 규제 사각지대 많고

고급 인력에 대한 대우도 열악

기술자에 대한 인식 변화 필요

서울경제신문과 무역협회가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주최한 CES 포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들의 다양한 견해들이 나왔다. 과거 CES와 달리 국내 첨단기술이 글로벌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와 국내 제도와 인식, 문화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초기 기업이다 보니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데 자본시장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실망감도 속속 나왔다.

이날 포럼은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의 진행으로 차정훈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 빈준길 뉴로핏 대표, 정지성 SOS랩 대표, 김혜연 엔씽 대표, 장성은 욜크 대표가 패널 토론 연사로 참여해 CES에서 느낀 국내외 기술 수준과 한국의 미래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0’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8일(현지시간) 서울경제신문과 한국무역협회 공동 주최로 열린 ‘제1회 CES 포럼’에서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과 안의식 서울경제신문 편집국장 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이날 포럼에는 정지성 SOS랩 대표이사, 빈준길 뉴로핏 대표, 차정훈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 장성은 욜크 대표,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 김혜연 엔씽 대표,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등이 참석했다./라스베이거스=권욱기자




△임정욱 센터장=7년 전만 해도 CES에 오면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 사이에 큰 격차가 느껴졌는데 올해 CES에서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격차를 얼마나 느끼시나.

△김혜연 대표=CES를 둘러봤는데 강력한 경쟁사가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아직까지 스마트팜 분야에서 1등이다 하는 회사가 없기도 한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열심히 하려고 한다.

△하정우 대표=실리콘밸리의 구글·인텔에서 10여년간 일했고 현재도 실리콘밸리에 회사가 있다. 여기서 보면 진정한 기술회사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구글이 검색엔진 개발을 잘하는 게 아니라 창업 초기 검색 시장이 없을 때 남들보다 조금 더 좋은 기술을 시작해 이용자들과 돈이 모여 이 정도까지 큰 것이다. 현재 구글도 파트타임을 고용해 서칭쿼리를 다른 검색 사이트와 비교분석한다. 단적인 예로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큰 회사에서 빙(Bing) 검색을 6개월마다 업데이트하면 구글보다 더 뛰어날 때가 있다. 그걸 보고 구글이 다시 연구해 따라잡으며 서로 발전하는 구조다. 검색 기술(알고리즘)은 다 아는 것이고 어려운 것은 데이터와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이다. 페이스북도 원래 기술회사가 아니었지만 이용자를 늘리고 기술회사가 됐다. 즉, 한국이나 미국이나 기술격차는 크지 않고 단지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는 방식이 다른 것 같다. 넷플릭스나 아마존·페이스북 등 잘나가는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초반에는 단순한 문제를 가장 간단하게 풀고 기술개발은 결국 규모가 커진 다음에 했다.

△차정훈 실장=하 대표의 말에 공감한다. 글로벌 기업이 태어날 때부터 대단한 기업이 아니다. (내가 근무했던) 엔비디아가 세계적 규모가 된 배경에는 쿠다(CUDA)라는 소프트웨어가 있었다. 지난 2006년부터 2012년까지의 버전을 보면 거의 실패작과 다름없었다. 그런데 거기서 계속 발전시켜 결국 현재의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의 중요한 축이 됐다. 기술이 엇비슷한 한국과 글로벌 기업의 차이는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문제가 생기면 시간을 주고 커뮤니케이션을 계속한다. 피드백을 계속 받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물론 직원들을 한없이 믿어준다기보다는 엄격한 성과지표를 제시하지만 기다려준다.

△빈준길 대표=마찬가지로 한국 기업이 해외 기업보다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CES에서 더 확신이 들었다. CES에서 다른 해외 헬스케어 기업들을 보면 어떤 기준으로 솔루션을 개발하는지 불분명한 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은 여러 병원에서 실제 다양한 방식으로 엄격하게 검증한다. 최근 북미영상학회만 가도 한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모습 역시 특이한 점이다.

△정지성 대표=CES만 보더라도 자율주행 라이다(Lidar) 기업은 40개 정도 있는 것 같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스라엘·중국 등이다. 이들 국가의 라이다 기업과 비교했을 때 국내 기술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미국 회사들은 ‘미국스럽다’식으로 개성이 있는 편이다. 미국의 라이다 기술기업은 문제를 잘 인식하고 빠르게 특허를 받고 주류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스라엘 기업들도 미국 기술을 받아들여 더 개성을 살리는 모습을 보인다. 중국의 라이다 기업이 특히 무섭다. 예컨대 중국은 올해 ‘톱3’ 안에 드는 라이다 기술기업을 중국의 한 회사가 모두 카피하고 가격도 더 저렴하게 만든다. 기술도 거의 완벽하게 따라 한다.

△임 센터장=기술혁신이나 스타트업의 도약을 위해 정부 당국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정 대표=한국 벤처캐피털(VC)들이 모태펀드를 운용하는데 당국에서도 위험을 감내하는 ‘리스크펀드’를 만들 수 있게 해주면 좋을 것 같다. 또 회사가 연구개발에 성공하면 매칭해서 펀딩해주는 게 있는데 그 한도를 낮춰주면 스타트업들의 숨통이 트일 것 같다.

△하 대표=세세한 규제 사각지대가 많다. 한국의 모 대기업 배터리 제품을 저희 로봇에 시험하기 위해 미국으로 배송하려 하는데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그러던 중 중국 알리바바에서 파나소닉 배터리를 찾아 결국 일본 제품의 배터리를 사용하게 됐다. 아직 시제품 수준인데 왜 중국은 되고 한국은 안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규제는 아니지만 한국은 인력공급 문제도 있는 것 같다. 미국은 고급인력이 일도 열심히 하지만 몸값도 비싸다. 반면 한국은 비슷한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몸값은 상대적으로 싸다. 그런데 스타트업에서 기술인력을 채용하려면 대부분 대기업이 아니라고 꺼리는 부분이 있다. 잘하는 인력들이 기존 스타트업에 합류해 경험도 쌓는 인식이 북미와 다른데 그런 부분에서 인식의 변화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김 대표=기존 온실 농법은 네덜란드가 최고다. 수확 효율성이 다른 나라보다 배 이상 높다. 하지만 버티컬팜 분야에서는 1등이 아직 없다. 다시 말해 프레임을 깨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한국에서는 프레임에 갇혀 유연성이 다소 부족한 것을 느낀다. 규제를 떠나서 유연한 사회가 되고 새로운 관점을 포용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면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0’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8일(현지시간) 서울경제신문과 한국무역협회 공동 주최로 열린 ‘제1회 CES 포럼’에서 김주성 리베스트 대표가 엘리베이터 스피치를 하고 있다./라스베이거스=권욱기자




△장성은 대표=하는 사업이 NGO와 비슷하지만 결국 우리도 기업이다. 돈을 벌면서 좋은 일을 하고 싶은 철학이 있다. 하지만 소셜임팩트펀드 같은 지원이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규모가 작은 편이다.

△차 실장=욜크와 같은 소셜벤처는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올해 2·4분기께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베어로보틱스가 지적한 인력 문제도 큰 문제다. 한국이 고령화 사회로 가는데 아직까지 엔지니어 인력 자원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어떻게 풀어낼 것이냐가 정부의 숙제다. SOS랩이 말한 리스크펀드의 경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돕기에는 애매한 문제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펀드를 통해 한국 영화 제작을 지원하는데 영화는 평균적으로 적자다. 적자를 감내하면서도 지원하는 것은 문화적 측면이 있어서다. 하지만 일반 사업의 경우 수익을 내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더 무리한 리스크를 감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임 센터장=투자유치 등 자본시장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가.

△김 대표=투자유치에 있어 글로벌 시장과 국내의 격차가 큰 게 느껴진다. 글로벌 버티컬팜 기업들은 초기부터 수백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는데 국내에서는 (생소한 산업에 대한) 투자가 쉽지 않다.

△정 대표=이스라엘만 봐도 비슷한 라이다 기업에 유대인 네트워크가 굉장히 큰 규모로 투자와 지원을 한다. 결국 인텔에 인수된 모빌아이처럼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작은 규모의) 펀딩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김희진 한국투자파트너스 팀장=시장에 돈이 상당히 풀려 투자사 입장에서는 회사들의 기업가치가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갔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코스닥 같은 유통시장이 침체돼 투자자 입장에서는 회수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다. 즉 투자자들이 느끼는 위험도가 점점 커지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더 신중해지는 경향이 있다.

△임 센터장=CES 2020에서 예년과 달라진 것을 느낀 부분이 있나.

△장 대표=옆 부스나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과 안면을 트면서 이들이 다양한 사람을 소개해주고 핵심정보도 공유하는 등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관도 구석에 있었는데 조금씩 규모가 커지면서 이제 ‘코리아 프리미엄’을 기대하는 날이 온 것 같기도 하다.

△김 대표=이번에 CES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사업개념을 제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농장의 개념을 하나의 제품으로, 농업을 서비스로 CES에 개념설명을 했는데 여기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

△빈 대표=2년 만에 CES에 왔는데 그때는 한국관에 사람이 없어 걱정했었다. 이제는 주요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국가관을 운용하며 이제 국가적인 행사가 됐다고 생각했다.

△정 대표=현대자동차 부스에 자동차가 없는 게 가장 인상 깊었다. 예전에 CES에 왜 자동차 회사가 오는지 궁금했는데 올해 현대차는 우버랑 ‘비행기’를 전시했다.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인데 우리도 자동차에 한정하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움직이는 모든 것에 눈을 달아주는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정리=박호현기자(라스베이거스) greenligh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