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절대강자’인 인텔의 벤카타 무르티 렌두친탈라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8일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이같이 밝혔다. 렌두친탈라 CTO는 “인텔벤처캐피털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며 “한국 스타트업도 투자 대상”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지난달 17일 이스라엘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하바나를 20억달러(약 2조25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렌두친탈라 CTO는 인텔의 반도체 엔지니어링 기술 분야를 총괄하고 있는 CTO다.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꼽히기도 했던 ‘인텔 2인자’로 퀄컴 등을 거쳐 2015년 인텔에 합류했다.
벤카타 무르티 렌두친탈라 인텔 최고기술책임자(CTO). /전설리 기자
벤카타 무르티 렌두친탈라 인텔 최고기술책임자(CTO). /전설리 기자
“데이터 폭발 시대…AI칩 개발 경쟁 치열”

인텔은 PC 시대에 CPU(중앙처리장치)로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했다. 모바일 시대를 넘어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퀄컴 엔비디아 구글 삼성전자 등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렌두친탈라 CTO는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며 “데이터 폭발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 데이터의 50%가 지난 2년간 생성됐고 데이터 생성, 축적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들이 폭발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전략을 짜면서 보다 효율적인 비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얘기다.

인텔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변신을 꾀하고 있다. “PC와 데이터센터에서 사물인터넷(IoT), AI반도체 등 다양한 새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고 렌두친탈라 CTO는 설명했다. “인텔은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I반도체 시장은 아직 유아기”

그는 AI반도체 시장이 “유아기(infancy)”라며 “미식축구에 비유하면 1쿼터의 경기도 끝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진화를 거듭할 것”으로 내다봤다. 머신러닝(기계학습)과 딥러닝(심화학습) 뉴로모픽 솔루션의 성능이 진화하면서 AI반도체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로모픽 칩은 사람의 뇌 신경을 모방한 차세대 반도체다. 기존 반도체와 비교해 성능이 뛰어나고, 전력 소모량이 1억분의 1에 불과해 미래 반도체 시장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꼽힌다.

렌두친탈라 CTO는 “인간 두뇌는 (지금의 컴퓨터와 달리) 거대한 양의 데이터 없이도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뉴로모픽은 앞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AI반도체 시대 이후는 먼 미래지만 양자컴퓨팅 시대가 올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이어 “AI이든 양자컴퓨팅이든 중요한 것은 적은 데이터와 전력으로 정확한 결과를 빠르게 도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이 빠른 속도로 변하는 경영환경에서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 인텔은 인수합병(M&A)을 주요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렌두친탈라 CTO는 “기술 격차 해소, 또는 시장 기회 선점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365일 24시간 M&A 기회와 대상을 탐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는 “협력하는 동시에 경쟁하는 코피티션(coo-petition) 관계”라고 말했다.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의 합성어다. 그는 “삼성은 몇몇 분야에서 경쟁하기도 하지만 폭넓은 전략적 파트너”라며 “경영진과 끊임없이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스베이거스=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