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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네트워크→판로개척…해외선 `원스톱`으로 유니콘 육성

이덕주,신수현,안병준,최희석,박의명 기자
입력 : 
2020-01-14 17:39:27
수정 : 
2020-01-14 22: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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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VC `요즈마펀드`
통큰 자금지원부터 시작해
유대인 네트워크까지 동원
벤처 `바이오센스` 육성 대박

벤처 초기엔 모험자본 투입
도약시기엔 성장자본과 매칭
한국, 체계적 지원체계 보완을
◆ 2020신년기획 유니콘 20개 키우자 / ③ 머니 시나리오는 있나 ◆

사진설명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창업 자본금 3000만원으로 시작해 기업가치가 4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유니콘을 키우기 위해서는 머니 시나리오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충우 기자]
# 요리스 푸트 씨(37)는 15년 전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당시 차세대 항공기였던 드림라이너 787의 날개 설계를 담당했는데, 무게를 줄일 수 있는 최적 디자인을 찾아내는 게 과제였다. 보잉에 고성능 컴퓨팅 프로그램을 도입하자고 건의했지만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 그는 2009년 퇴사하고 2년 후 샌프란시스코에서 클라우드 고성능 컴퓨팅(HPC) 플랫폼인 리스케일을 설립했다. 이 회사에 돈이 몰려들었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등이 640만달러(약 74억원)를 리스케일에 초기 투자했다. 리스케일은 추가 유치에 성공해 지난해까지 총 5200만달러(약 602억원)를 투자받았다. # 이스라엘 테크니온대 의대 학장이었던 슐로모 벤하임 교수가 1993년 설립한 정보기술(IT) 기업 '바이오센스'. 그는 당시 심장 촬영 기술 개발에 성공했지만 자금이 부족해서 기술사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때 '요즈마펀드'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요즈마펀드는 바이오센스의 기업가치를 500만달러로 평가한 후 100만달러(약 11억원)를 투자했다. 이후 요즈마펀드는 세계 곳곳에 뻗어 있는 유대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바이오센스의 해외시장 개척은 물론, 다른 벤처캐피털(VC)에서 후속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줬고, 새로운 판매처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왔다. 바이오센스는 창업 3년 만에 기업가치가 86배 상승해 1996년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존슨앤드존슨에 4억3000만달러(약 4981억원)에 매각됐다. 요즈마펀드의 자금과 네트워크, 시장 개척 등 기업 성장에 필요한 요소를 '종합선물세트'처럼 지원받으면서 성장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유니콘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자금시장이 지금보다 진화돼야 한다고 진단한다. 기업환경을 둘러싼 자금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른바 유니콘 성장을 위한 머니 시나리오는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의하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벤처기업에 유입된 투자금액은 3조8115억원, 벤처펀드 결성액은 3조1797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이미 벤처투자금액이 3조5249억원을 기록했고 역대 최고치였던 2018년(3조4249억원)을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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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벤처자금시장은 잘 발달돼 있지만, 갓 탄생한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진성 모험자본과 유니콘으로 점프하려는 기업에 필요한 '그로스 캐피털(Growth Capital·성장기업 투자자금)'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또 한국 VC들도 세계적인 VC들처럼 투자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VC펀드 대형화도 필요하다. 우아한형제들의 투자사 중 한 곳인 미국 VC '세쿼이아캐피털'처럼 한 번에 한 기업에 수천억 원씩 투자할 수 있는 VC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니콘으로 도약하기 직전인 기업은 막판 스퍼트를 올리기 위해 1000억원 이상 필요한데, 여러 VC에서 수백억 원씩을 투자받는 것보다 한두 군데에서 투자받는 것이 시간·비용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다. 하지만 국내 VC 중 한 번에 한 기업에 500억원 이상 투자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이용성 원익투자파트너스 대표는 "국내 유니콘 중에서 유니콘이 되기 전에 사모펀드가 기업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평가하고 막판에 수천억 원을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에도 펀드 규모가 5000억원이 넘는 대형 펀드가 많아져야 한 기업에 한 번에 500억원 이상 투자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금회수(엑시트)를 할 수 있는 회수시장 개선은 과제로 남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18년 벤처자금 회수 형태는 IPO가 32.5%로 2017년 35.5%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며, 인수·합병(M&A)은 2.5%에 그쳤다.

서종군 한국성장금융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한국에는 사모펀드 중심 M&A만 넘친다.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전략적투자자(SI)형 M&A 자본이 많아져야 유니콘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기획취재팀 = 이덕주 기자(싱가포르) / 신수현 기자(서울) / 안병준 기자(베이징·하노이) / 최희석 기자(시애틀) / 박의명 기자(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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