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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M&A는 왜 스타트업의 화룡점정인가

입력 : 
2020-03-26 0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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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후 IPO까지는 평균 12년
투자→성장→회수→재투자
창업 생태계 선순환 이끌어

재무제표 검토 등 실사작업
전문컨설팅 받아야 낭패 안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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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4조원'.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뜨거운 감자였던 키워드다. 2019년 12월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가 국내 1위 배달 전문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개발·운영하는 기업 '우아한형제들'을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에 인수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9월 영국 CVC캐피털에 인수된 숙박 O2O 스타트업 여기어때(약 4000억원), 이어서 10월 미국 코그넥스에 인수된 수아랩(약 2300억원)처럼 굵직굵직한 스타트업 인수·합병(M&A) 소식이 더 있었다. 모두 해외 자본에 의한 M&A라는 점에서 국부 유출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하지만 국내 스타트업의 가치를 해외 자본에 인정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기에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또 국내 벤처캐피털(VC) 회수 시장에서 비중이 절대적으로 낮은 M&A라는 수단을 통해서 엑시트가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스타트업 업계는 배달의민족 M&A를 성공 사례로 보고 있다.

미국벤처캐피털협회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의하면 2018년 기준 미국은 벤처투자금 회수액의 44.5%가 M&A, 50.2%가 상장(IPO)을 통해 이뤄졌다. 반면 한국은 벤처투자금 회수액 중 M&A 비중이 2.5%에 그쳤으며, IPO가 32.5%, 장외매각이 53.7%였다. 장외매각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는 것으로 투자자의 손바꿈이나 투자지분을 창업자에게 다시 매각해 회수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시장에서 M&A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 대기업에 기업을 매각한 창업자는 비교적 빠르게 회수한 자금을 밑천으로 삼아 재창업할 수 있고, 대기업은 스타트업의 혁신과 기술을 흡수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즉, 서로 윈윈하는 상생모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리콘밸리처럼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을 통해 '투자→성장→회수→재투자'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창업 후 상장까지 평균 12년가량 소요되고 상장하는 것도 쉽지 않아 벤처투자금 회수율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창업 생태계가 지금보다 좋아지려면 M&A 활성화가 필요하다. M&A를 통한 벤처투자금 회수 방식은 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소재·부품 업종에 특히 유용할 수 있다. 제조 스타트업은 기술 개발부터 IPO까지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M&A를 통해 스타트업은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투자자는 투자금을 회수하고 대기업은 핵심 기술을 인수할 수 있다. 단기간에 강소 소재·부품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M&A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M&A 필요성을 공감함에도 이를 어렵게 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공급 측면에서 보면 M&A 시장에 매력적인 스타트업이 부족할 수 있고, 창업자가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로 M&A를 꺼릴 수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스타트업을 인수할 만큼 자원과 역량이 풍부한 중견기업이 많지 않을 수 있고, 대기업에는 여러 가지 규제와 기술·인력을 탈취한다는 부정적 시선이 발목을 붙잡고 있다. 중개자 측면에서는 M&A의 상업적 유인 부재로 수요와 공급을 이어줄 중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도 있다. 기업가치에 대한 당사자 간 이견, 대기업의 갑질문화 등 여러 방해 요소가 존재하지만, 최근 국내에는 유니콘 기업이 11개로 증가했고 정부의 규제 완화 노력, M&A 인식 개선 등 벤처 환경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M&A할 때 매수 기업은 일반적으로 매도 기업에 대한 실사를 하는데, 재무제표의 작성 과정이 투명하지 않거나 대표이사와의 자금 거래가 있는 등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있으면 매수 기업이 인수를 번복할 수 있다.

실제로 벤처기업 연합체로 확장세였던 A스타트업은 내부통제 미비 등으로 외부감사에서 의견 거절을 받고 배임·횡령 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실상 풍비박산 났다. 따라서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하면 반드시 각 분야 전문가에게 기업의 전반적인 상황 등에 관해 컨설팅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내부통제를 정비해 M&A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

[한동희 공인회계사·IBK기업은행 기업지원컨설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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