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가 투자 성과에 따라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투자 ‘대박’에도 보상이 없다는 불만으로 운용역들이 잇따라 떠나자 결국 민간기업식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한국성장금융 우정사업본부 등 다른 공적 영역 투자기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3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한국벤처투자는 최근 성과급 지급 기준을 마련하고 기획재정부 등 펀드에 출자한 정부 부처들과 협의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를 비롯한 공공자금 운용기관은 경영목표 달성 여부와 인사평정에 따라 지급하는 전체 성과급 제도가 있지만, 투자에 따른 개인 성과급은 별도로 주지 않는다. 성과급 지급액 규모가 총인건비 기준으로 제한돼 있어서다.

한국벤처투자가 운용역에 대한 성과급 기준을 마련하고 나선 건 최근 하이브,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등 스타트업의 상장 러시로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털(VC) 운용역이 대규모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 운용역들이 투자 대박으로 수억~수십억원대 성과급을 받은 민간 운용역을 옆에서 지켜보다가 자신들도 민간에 합류하는 사례가 왕왕 있다”고 전했다.

한국벤처투자의 행보는 다른 공적 영역 투자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공단을 제외하면 공공기관은 투자를 잘해도 민간처럼 성과급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성과를 내기 힘들다”며 “투자 성과급 제도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공적 영역의 투자운용본부장(CIO)은 “공공기관에서 안정되게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으며 경력을 쌓을 기회를 얻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라며 “공공기관의 순환보직 특성상 투자 성과급을 도입하면 장기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 단기차익만 얻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