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전 세계 애그리테크 산업이 44억달러(5조 80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KPMG와 애그펀더뉴스는 지난 20일(현지시각)  발표한 '2017년 글로벌 애그리테크 벤처 투자 통계'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상반기 애그리테크 산업 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 증가했다. 애그리테크 산업에 대한 투자는 2015년에는 연간 83억달러, 지난해에는 69억달러였다. 지난 해에는 투자 규모가 17% 정도 줄었으나 올해 들어 다시 회복되고 있는 추세다. 

 KPMG와 애그펀더뉴스는 올 말까지 전세계 애그리테크 누적 투자액이 8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 KPMG와 애그펀더뉴스가 집계한 2017년 애그리테크 분야별 투자 비중(출처=Agfundernews)

KPMG 글로벌 조너던 라벤더 회장은   “최근 벤처캐피탈이 애그리테크 투자에 매우 협조적”이라고 전했다.  올해 769개 기관이 애그리테크 분야에 투자했으며 369 번의 대규모 투자가 있었다. 가장 큰 투자는 100억달러 규모였다.  중국의 배달앱인 '어러머(餓了麽)'가 바이두에 100억에 합병된 것이다. 어러머는 중국 2000개 도시에 130만개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고 2억 6000만명이 이용하는 서비스다. 알리바바, 중신(中信) 세콰이어 캐피탈 등이 관심을 갖고 있은 유망 기업이었다. 

분야별 투자 비중은 식음료 배달 등 푸드테크 관련 서비스 비중이 38%(16억달러)로 가장 높았다. 온라인 신선식품 배달은 18%(7억달러), 농산물 거래 서비스 7%(3억 달러), 바이오 분야 5%(2억 달러), 농장관리 시스템과 사물인터넷 시스템 5%(2억 달러) 등의 순이었다. 

로봇 분야는 8700만달러, 미생물 비료는 7600만달러로 각각 2% 수준에 그쳤다. 아직까지 전세계 애그리테크 투자는 농장 첨단화보다는 2,3차 가공산업과 서비스 산업을 위주로 이뤄 지는 셈이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로보틱스 분야와 같이 첨단 기술은 아직까지 애그리테크 VC 시장에서 관심을 덜 받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투자에 따른 이익 회수가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장진규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박사는 “순수한 농업 기술보다는 가공식품 개발이나 배달 서비스와 같이 수익 모델 개발이 쉬워 보이는 서비스들이 투자하기도 편한 것처럼 여겨진다”고 풀이했다.  장 박사도 애그리테크 벤처 투자자다. 그는 “업체들의 기술력이 대기업 입장에서 도움이 된다고 판단이 되어야 하는데, 그만큼 매력 요소가 있는 스타트업이 전세계적으로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한 벤처 지원 전문가도 “중국, 미국, 캐나다 등 농업 규모가 거대한 일부 국가들을 중심으로 농업 기술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실제 농업의 자동화와 기술 투자 비중을 늘이기 위해서는 농업 규모가 작은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기술 개발 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적개발원조(ODA) 전문가인 한국개발전략연구원의 이민호 박사는  “애그리테크를 선진국 산업 기반의 최첨단 농기계나 특정 기술에 투자한다고만 보지 말고 개발도상국, 후진국 등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서비스 구축 등까지 염두에 두고 폭넓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