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생산적 금융 시작되나....가계대출 증가세 둔화, 산업대출 회복

홍석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3 12:37

수정 2017.11.23 15:46

은행 등 금융권의 가계부문 대출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는 반면 산업부문 대출증가세는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4분기 산업대출 증가율이 2년만에 처음으로 2%대로 올라섰고, 제조업 대출증가율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확대됐다. 경기 회복으로 산업부문의 자금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가계대출 억제를 시작한 은행들이 산업 쪽으로 자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정부가 생산적인 분야에 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이른바 '생산적 금융'을 추진하고 있는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대출 6년6개월만에 최대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3·4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3·4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1036조574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0조5824억원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액은 지난 2011년 1·4분기 21조8520억원 이후 6년 6개월만에 최대규모다.
산업대출은 기업(개인사업자 포함)과 병원을 비롯한 공공기관, 정부 등이 은행, 상호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예금을 취급하는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을 뜻한다.

산업대출 증가액은 지난 2015년 3·4분기 20조원에 턱걸이한 이후 2016년에는 분기별로 단 한차례도 20조원을 넘지 못했고 2016년 4·4분기에는 마이너스로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올들어 증가액이 1·4분기 16조1224억원, 2·4분기 14조2917억원을 기록한 이후 3·4분기에는 20조원을 넘었다. 산업대출 증가율도 올해 3·4분기 2.03%를 기록, 지난 2015년 3·4분기(2.20%) 이후 7분기만에 2%대로 올라섰다.

■제조업 대출 3분기째 전년비 증가율 확대
업종별로는 서비스업 대출이 전체 증가세를 이끌었다. 서비스업 대출은 3·4분기 중 14조4000억원 늘어 잔액이 60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증가폭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최대치다. 특히 부동산업 대출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192조6241억원으로 석달새 9조6779억원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부동산 임대업, 부동산 개발 공급업에서 자금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분양시장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 활황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부동산업 대출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제조업 대출 또한 의미있는 증가세를 보여줬다. 지난 3·4분기 제조업 대출증가율은 1.17%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0.98%에 비해 0.19%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올들어 제조업 대출 증가율이 1·4분기 1.92%, 2·4분기 0.37%, 3·4분기 1.17%로, 3분기째 전년동기에 비해 증가율이 높았다.

■가계대출 둔화, 산업대출 회복
지난 3·4분기 가계대출은 부동산시장 활황의 여진으로 전분기말대비 28조2000억원(2.1%) 늘었다. 2·4분기 증가액 26조9000억원보다는 1조3000억원 증가했지만 전년동기의 증가액 36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8조7000억원이 감소했다. 가계대출 증가율도 지난해 3·4분기 3.1%에서 올해 3·4분기 2.1%로 증가세가 꺽였다.

반면 산업대출 증가율은 같은 기간 1.62%에서 2.03%로 0.14%포인트 확대됐고, 이중 제조업 대출증가율 또한 0.98%에서 1.17%로 0.19%포인트 높아졌다. 가계부문에 대한 대출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는 반면 산업부문에 대한 대출은 회복되고 있다는 얘기다.
비록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지만 회복 조짐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정부의 금융정책이 생산적 분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도록 하는 쪽에 촛점이 맞춰진 만큼 산업대출의 회복세는 내년으로 갈수록 확연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장은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는데다 가계대출도 둔화될 것으로 보여 내년에는 기업에 대한 대출이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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