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기업 절반은 자격미달… 실제 가치보다 50~95% 부풀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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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10년안에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원)를 넘는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 중 절반은 실제 가치가 1조원에 못 미치는 자격 미달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가치는 50%에서 최대 95%까지 부풀려져 있어 '거품'이 꺼지기 시작할 경우 수만명의 임직원은 물론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13일 미국 국가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가 조사한 결과 미국내 135개 유니콘 기업 중 절반가량인 65개(48%)는 실제 기업가치가 1조원에 못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스타트업 입장에선 흥행몰이를 위해 이름있는 대형투자자의 참여와 지원이 필요하다. 얼마나 믿을 만한 투자자가 참여했는지가 시장에서 이들의 기업가치와 향후 IPO(기업공개) 수요예측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타트업들이 유명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 2~4배에 달하는 이익 보장이나 주식 매각 우선권을 주는 식의 불합리한 계약을 맺으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투자받은 금액보다 더 큰 금액을 나중에 돌려줘야 해 실제 기업가치를 갉아먹게 되는 것.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IPO(기업공개)시 이익 보장(14%), 특정 공모가 미만으로 IPO시 거부권(24%), 우선 이익배분(34%) 등의 투자자 보호조항이 담긴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럴 경우 같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도 일반투자자와 대형투자자의 지분 가치가 다를 수 밖에 없다. 대형투자자의 경우 수많은 보호조항을 근거로 기업이 헐값에 매각돼도 원금의 몇 배 이익을 챙겨 빠져나올 수 있지만, 일반투자자들은 기업가치와 비슷한 수준에 회사를 매각하지 않는 한 이익을 얻기 힘든 구조다.


예를 들어 뉴스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립보드는 2015년 13억달러(약 1조4000억원)의 기업가치 평가를 받았지만 연구결과 실제 가치는 7억달러(약 7600억원)에 불과해 유니콘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립보드측은 "최근 오르고 있는 회사 가치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에 가장 늦게 들어간 투자자들은 투자금의 최대 4배에 달하는 수익을 보장받는다. 이익을 챙기는 순서도 다른 투자자보다 가장 먼저다.

지난달 의료기록 스타트업 프랙티스퓨전(Practice Fusion)은 회사를 올스크립트(AllScripts)에 1억달러(약 1100억원)에 매각했다. 시장에서 이 회사의 가치가 15억달러(1.6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평가한 지 2년만이었다.

2015년까지 급성장하던 매출이 고꾸라지기 시작하자 경영진은 매각 계획을 세웠다. 원금 보장 및 이익을 약속받은 대형투자자들은 회사 매각을 빠르게 의결했다. 결국 이들은 초기 투자금의 최대 2배까지 받아 수백억원에 달하는 돈을 챙기고 발을 뺏고, 임직원들과 초기 투자자들만 막심한 손해를 입었다. 특히 회사 가치가 하늘을 찌르던 때 스톡옵션을 행사한 직원들은 지분이 휴지조각이 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세금만 최대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가량 물게 됐다.

이번 연구의 참여자인 윌리엄 고넬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교수는 "스타트업들은 대형투자자에겐 풀옵션의 BMW를 준다. 그리고 임직원들이나 초기 투자자들에겐 '똥차'를 줘놓고 이것이 BMW와 같은 가격이라고 눈속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거품은 초창기 유니콘 대열에 진입했던 우버, 에어비앤비, 핀터레스트, 리프트, 드롭박스 같은 업체들의 경우에는 15~20%로 대개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과다 수익을 보장하는 불합리한 계약을 많이 맺지 않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거품이 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가 2015년 105억달러(약 11조4000억원)의 가치평가를 받았지만 이는 실제 기업가치보다 59%나 과대평가됐다고 본 것이다.

연구진은 "유니콘 기업의 버블이 꺼지면 임직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회사 경영진이나 대형투자자의 지분보다 일반 투자자들의 지분 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눈에 보이는 기업가치를 그대로 믿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